"암흑기 속 내실 다진 日 강소기업… 국가부활의 키 될 것"

      2024.11.17 19:16   수정 : 2024.11.17 21:11기사원문

"일본의 오랜 불황에도 견실한 경영을 유지한 일본의 강소기업은 영속성을 중시한다."

17일 오태헌 경희사이버대학 교수(사진)는 최근 일본 강소기업 비결을 담은 신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를 펴냈다. 그는 도쿄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쿄 사무소 소장,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 부지점장, UC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방문교수, 한일경상학회 편집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오 교수는 일본 중소기업과 한국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로 '영속성'을 꼽았다. 한국이 매출 등 기업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일본은 기업의 유지를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강한 기업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기업이 강하다는 생각이 일본 기업의 특수한 문화다.

그는 "100년이 넘는 기업이 많은 일본은 기업이 태어났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 나라 경영자들에 비해 강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일본 강소기업의 특징으로 △성장이 아닌 발전 △개발이 아닌 개선을 꼽았다. 일본 강소기업은 경쟁이 심화될수록 '그동안 해온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를 생각했다. 국내 기업은 '내년도 목표' 달성을 중시하면서 신사업, 사업 다각화 등에 관심이 높은 반면 일본은 실적의 성장세보단 본업에 충실하고 상품 및 서비스의 개선점을 계속 찾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치도비는 금속을 녹여 산업용 기기의 부품을 납품하던 하청 업체였지만 채무가 늘자 기술을 이용해 하청이 아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밥솥을 만들었다. 밥솥에 현대식 보온 기능을 만들 수 있지만 고집스럽게 오직 자신들의 주물 기술을 고도화했다.

오 교수는 "일본 강소기업은 시장의 포화 상태 및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을 핑계로 여긴다. 부단한 개선 작업을 한다"며 "회사에 정착한 개선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고도의 숙련기술자를 양성한다. 이들이 미래 경쟁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취임했다. 이시바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출, 최저임금 인상, 재정건전화 등 경제정책에서 기시다 전 총리의 정책 계승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임금인상과 투자가 견인하는 성장형 경제 실현을 목표로 한다. 앞서 3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 올 2월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버블경제 시기인 1999년 12월 이후 3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일본 경제가 오랜 암흑기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이 감지되지만 온전하지는 않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기업의 임금상승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다만 일본이 저축문화에서 투자문화로 바뀌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인공지능·반도체 연구의 개발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경제가 시름에 빠져도 꿋꿋이 기회를 포착하던 강소기업 존재가 일본 부활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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