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두산밥캣, 한국 떠나라"
2024.11.18 14:21
수정 : 2024.11.18 14: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코스피 상장사 두산밥캣의 미국행을 주문했다. 2019~2023년 평균 매출 비중이 북미에서 72.9%에 달해서다. R&D(연구개발) 인력 918명 중 417명이 북미에 상주하는 것도 한몫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두산밥캣은 경쟁사 대비 최상위 수준의 북미 사업 매출 비중,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시설 16개 중 8개가 북미에 위치해있다"며 "미국 상장을 통해 주요 사업지, 상장지를 일치시켜 투자자 이해를 높이고 각종 인덱스 편입을 통해 패시브 자금 유치, 리서치 커버리지 확대 등이 기대된다"고 서울시 여의도 IFC2 브룩필드홀에서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주식 100만3500주(지분율 1%)를 사들인 바 있다.
미국계 기관투자자는 경쟁자인 캐터필러 등에선 62.6%를 보유하고 있지만, 밥캣 지분 보유분은 12.5%에 불과하다. 미국 주요 IB(투자은행)의 리서치도 JP모간만 두산밥캣을 다룰 뿐이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씨티, BofA(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빠져있다.
울슬리(Wolseley)로 알려진 영국 배관 및 난방 공급업체인 퍼거슨(Ferguson)도 미국으로 이전 상장한 사례다. 미국으로 상장지 변경 후 주가가 69% 올랐다. 미국 내 상장된 동종기업과 2022년 5월 22일~2024년 11월 15일간 주가수익율 기준 평균 44% 상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상장은 주요 인덱스(지수) 편입을 통한 막대한 패시브 자금 유치가 이뤄질 것이다.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외화거래 불편 및 환율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 그는 두산밥캣의 기타 종속회사 자산을 북미 법인 산하로 이전 및 편입→신주 발행을 통한 북미법인의 NYSE(뉴욕증권거래소) 상장→56% 유통지분을 자사주 공개매수 후 국내 증시 상장폐지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두산밥캣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디스카운트(가치하락) 핵심은 지배주주와 이해관계 상충 우려라고 진단했다. 분할합병 후 지배구조상 두산 지배주주의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이 약 14%에서 약 42%로 증가해서다.
그는 "영구 철회가 아닌 단순 재추진 계획 검토 연기시 지배주주와 이해상충 문제로 불확실성, 부정적인 주가 영향이 지속된다. 지배주주가 사실상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모두의 CEO(최고경영자), 이사회 임명권을 행사하며 합병 시점을 선정한다. 이해상충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는 본인이 당사자인 포괄적주식교환 및 합병 주주총회에서 제한없이 모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과정에서부터 주주참여 확대 노력 등 이사회 독립성 제고가 필요하다. 소액주주 및 반대주주 권리보호 목적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 분석에 다르면 매수청구권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기로한 1조5000억원을 특별배당으로 지급하고, 주주환원율(2023년 18%, 2021~2023년 평균 22%)을 동종기업 평균 수준인 65%로 높이더라도 2026년 기준 재무구조가 매우 우량하다.
이 대표는 "특별배당과 주주환원율을 높여도 순차입금/EBITDAT 배수가 0.7배로 동종기업 평균(2024년 3분기) 3.6배보다 우량하다"며 "자본준비금 감액을 재원으로 하는 배당은 비과세가 적용된다. 밸류업 인센티브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과 주주 이해관계 일치를 통해 주주중심 경영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연계보상을 적극 활용하고 밸류업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두산밥캣 이사들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청구를 진행했다.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여지를 열어두는 답변에 실망해서다.
이번 위법행위 유지청구는 두산밥캣의 이사회가 두산밥캣과 그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교환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또는 포괄적주식교환 등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해 그러한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 골자다.
두산밥캣 감사위원회에 7월 11일 이전에 이사회에서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한 내부 보고, 상법상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12월 31일까지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