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내홍' 격화…백락정 사건 진실규명 취소 놓고 충돌

      2024.11.19 16:46   수정 : 2024.11.19 16:46기사원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모습. 2024.5.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여야 위원들 간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진행된 제91차 전원위원회에서 당초 상정하려고 했던 '백락정 사건 진실규명 취소' 등 3개 안건을 보류하고 내달 3일 열리는 다음 92차 전원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백락정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27일 충남 서천에서 백락용 씨가 경찰에 갑자기 끌려갔고 사흘 후인 6월 30일 동생인 백락정 씨가 지서에 형의 면회를 하러 갔다가 행방불명된 사건이다.

조카 백남식 씨가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백락정 씨가 군경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작년 11월 28일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8월 다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락정 씨가 1951년 1월 6일 '이적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판결문이 나오면서 재조사 결정이 나왔다. 2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 규명된 사건에 대해 재조사 결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 판결문에는 한국전쟁기 군법회의가 이적행위를 이유로 사형을 언도했다는 말만 나올 뿐 구체적인 판결 이유나 사실관계는 빠져 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해당 판결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군법회의가 적용한 구 국방경비법은 여순사건이나 제주 4·3사건에서 민간인을 학살할 때도 이용됐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재조사 결과 "백락정 씨가 1950년 7~9월쯤에 인민군 치안대 활동을 한 것 같다"는 동네 주민 1명의 증언과 백락정 씨의 대전형무소 수형 기록이 나왔다며 진실규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은 해당 증언은 추측성 발언에 가깝고, 수형 기록 또한 작성된 날짜와 수감·이감 이력, 죄명 등이 불분명해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어 진실규명을 취소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여당 추천 위원들은 증명이 됐다고 본다"며 "동네에서 치안대 활동을 했다는 건 행방불명이었다는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증언인데 1명의 말만 믿고 사실을 구성하는 것은 '저 사람은 빨갱이'라는 손가락 총이 21세기에 부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한 1소위원장인 이옥남 상임위원과 김광동 위원장이 해당 안건을 1소위에서 심의하지 않고 곧바로 전원위에 상정, 속전속결로 처리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다른 소위 위원들 동의 없이 소위원장이 안건을 바로 전체회의에 상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1소위 소속인 한 위원은 "1소위에서 재조사 중간보고를 받은 적은 있지만 진실규명 취소 여부를 제대로 심의한 적은 없다"며 "(이옥남 소위원장이) 1소위 위원들 동의를 받지 않고 전체 회의에 바로 올린 것이 문제가 돼서 오늘 보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오동석·허상수·이상희·이상훈 등 야당 추천 위원 4명은 공개 입장문을 내고 이옥남 상임위원이 1소위 논의도 없이 백락정 사건 진실규명을 취소하는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하려고 했다며 "이옥남 상임위원은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원위에서 이옥남 상임위원은 야당 추천 위원들을 향해 "정치 행위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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