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죄'로 약해진 공격력…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주춤
2024.11.19 16:47
수정 : 2024.11.19 17:15기사원문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내세워 여당을 압박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19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며 재차 특검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쥐고 반격에 나서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활로를 뚫을 방법은 김건희 특검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건희 특검 거부는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특검법이 관철될 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윤 대통령을 향해 "자신과 부인의 수사 문제를 다음 정권의 대통령에 넘겨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손으로 정리할 것인지 이제 선택해야 한다"며 "특검을 수용하고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성토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분노의 화살을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돌려 당 내부 전열을 정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에 지적할 것은 지적하는 양동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적은 윤석열, 김건희, 검찰이지 사법부는 아니다. 사법부를 공격하는 당내 분위기는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김건희 특검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8일에 재표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여당의 이탈표를 끌어내고자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제삼자 특검 추천 방식을 반영하기도 했다. 또 특검법 관철을 위해 광화문·용산 등에서 의원 1인 시위와 '국회의원 제2차 비상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당이 '명태균 게이트', '윤석열 골프 논란', '당정 갈등' 등 잇따른 악재로 흔들렸던 만큼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의 의혹을 파헤치며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날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윤 대통령의 대선 불법 선거 사무실 의혹에 휩싸인 서울 강남구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명 씨의 음성 녹음본을 추가로 공개하는 등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며 김건희 특검법 동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유죄 판결 후 똘똘 뭉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단하게 뭉친 여당으로부터 이탈표를 끌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초 8표의 이탈표를 기대했던 민주당엔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이 이 대표의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이후인 26일로 점쳐지며 유무죄 여부에 따라 이탈표 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보다 위증교사 혐의 판결을 더욱 우려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4명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탈표를 만드는 게 만만치 않아졌다. 이번 표결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우리는 계획대로 해나간다고 보면 된다"며 "재표결이 안 되면 네 번째 특검법을 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혐의와 증거들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과 이 대표의 선고는 별개의 문제"라며 "특검법을 수용하라는 민심을 국민의힘이 얼마나 수용하느냐, 여당이 분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