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윤리강령 '구멍'…동료감금 의원 8명 징계 못할 판
2024.11.20 07:01
수정 : 2024.11.20 07:01기사원문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의회가 있으나 마나 한 '의원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등에 관한 조례'를 운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리강령, 실천규범을 어겨도 징계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모두 면책될 수 있는 엉성한 기준 때문이다.
시의회는 검찰에서 지난 14일 폭력행위처벌법상 감금,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받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8명의 중대 위반사항은 동료 의원을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못하도록 감금한 행위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이들이 동료 의원의 출석을 방해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됐다.
'청주시의회 의원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등에 관한 조례'에서 정한 '직무를 수행할 때 의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의 품위손상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징계 사유로 의원들은 윤리위 의결을 거쳐 경고, 공개사과, 출석정지 중 한 가지의 징계를 받아야 한다.
징계뿐만 아니라 '청주시의회의원 의정활동비 등의 지급에 관한 조례'에서는 회의장 출입을 방해해 출석정지 징계를 받으면 3개월간 의정활동비‧월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 이보다 낮은 경고 또는 사과는 두 달간 의정활동비‧월정수당을 절반만 지급한다.
당장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작 조례에는 이들을 징계할 기준이 없다.
윤리강령 징계기준을 보면 품유위지 위반 유형을 △음주운전 △범법행위 △각종 비위 행위를 통한 범법행위 △직무 관련 정보의 부정 이용 및 무단 유출 △성폭력·성희롱 5가지로 정했다.
민주당 의원 9명은 범법행위에 속해 징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비위정도가 '금고 미만 확정판결'에 해당해야 한다. 시민 눈 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어도 금고 미만 확정판결이 아니면 징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기소유예를 금고 미만 확정판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례를 엄격히 적용한다면 의원 8명은 징계대상이 아니다.
이 같은 징계기준은 의정활동비 조례와도 상충한다. 의정활동비 조례에서는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아 징계를 받으면 의정활동비‧월정수당 지급을 제한하지만, 징계기준에는 회의장 출석을 막는 비위유형이 없다.
결국 대의기관으로 역할을 못 하도록 동료 의원의 등원을 막아세워도 이를 징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을 점거하거나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동료 의원을 감금하거나 회의장에서 난동을 부려도 징계할 기준이 없는 엉성한 조례를 시의원들이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기소유예 민주당 의원 8명에 대한 징계 시효는 20일 개회한 91회 2차 정례회 중 12월 10일 열리는 3차 본회의까지다. 이때까지 본회의에 윤리위 회부 안건을 상정해야 징계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
'청주시의회 회의 규칙'에서 징계회부는 의장이 그 사유가 발생한 날, 그 대상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위원장의 보고를 받은 날 또는 징계요구가 있은 날부터 폐회 또는 휴회기간을 제외한 3일 이내에 해야 한다고 돼 있다. 3일 이내는 본회의 기준으로 따져 이번 정례회 3차 본회의가 시한이다.
시민 정서에 어긋나도 수사기관에 걸리지 않거나, 설사 입건되더라도 기소유예만 받아내면 면책될 수 있는 허술한 조례을 운용하는 시의회가 의원 8명의 처분을 어떻게 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