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人의 사투가 남긴 것
2024.11.20 18:13
수정 : 2024.11.20 18:13기사원문
그리고 지난달 태풍 힌남노 피해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다 직접 영화를 보게 됐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보냈던 몇 달간 포항제철소에서는 수천명의 직원들이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는 준비 부족으로 일어난 '인재'가 아니라 준비할 수 없었던 '재난'이었다.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전형적인 인재일 거라 짐작한 것에 미안함도 느꼈다.
힌남노가 예보될 당시 제철소 임직원들은 형산강 범람만 걱정했다고 한다. 냉천은 한번도 범람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냉천이 범람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냉천은 하류로 내려올수록 폭이 좁아져 그야말로 '물이 서서 달려왔다'고 했다.
영화엔 복구 과정까진 자세히 담기진 않았지만 135일간의 복구 과정은 더욱 초현실적이었다. 모두들 복구엔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고, 심지어 복구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2열연공장은 지하 8층까지 모두 침수되면서 '뻘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장비 사이사이에 뻘이 다 들어가 있어서 모두 분해해 말린 다음 재조립해야 했다. 135일간의 복구 과정에서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지난 50년간의 노하우가 모두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보고, 또 영화 속 인물들을 만나고 실제 제철소를 방문하면서 '과연 일터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일터란 과연 무엇이길래 이들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폭발을 막아내기 위해 64m 높이의 플랜트에 오르게 하고, 침수 직전의 공장에서 모든 직원이 대피할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끝까지 방송을 하게 했을까. 무엇이 일흔 넘은 은퇴한 직원을, 그것도 추석 연휴에 제철소로 한달음에 달려오게 했을까.
이직이 보편화된 시대라지만 '일터'의 가치도 덩달아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일터를 굳건히 지키는 이들이 있어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기에.
padet80@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