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해고 예고한 SEC 위원장 자진 사퇴 뜻 밝혀
2024.11.22 08:01
수정 : 2024.11.22 11:43기사원문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 가상자산업계와 지난 3년 내내 갈등을 빚었던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제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후보 시절 취임하자마자 겐슬러 위원장을 해고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겐슬러가 먼저 사퇴하겠다고 공표했다.
SEC는 21일(현지시간)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법적으로 SEC 위원장의 임기는 5년이고 지난 2021년 취임한 겐슬러 위원장은 2026년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날인 내년 1월20일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은 "평범한 미국인들을 대신해 미국 자본 시장이 세계 최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겐슬러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았더라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그는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 업계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재임 시절에 가상자산 업계와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이는 친 가상자산 정책 기조인 트럼프 2기 정부와 배치된다.
그는 그레이스케일은 물론,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법적으로 다퉜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관련, SEC는 그레이스케일과 지루한 소송전을 한 끝에 패소했고 결국 비트코인 ETF은 올해 1월에 출시됐다.
겐슬러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도 갈등이 있었다. SEC가 지난 2022년 10월 머스크가 소셜 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한 것과 관련, 잠재적 사기 혐의로 조사해서다. SEC는 현재도 이 거래와 관련해 머스크에 대한 제재를 모색중이다.
겐슬러 위원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SEC를 빠르게 재편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4명의 SEC 위원 중 2명의 임기도 올해 연말과 내년에 만료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SEC 위원장을 지명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와 가상자산 업계에 우호적인 인물을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SEC 위원장은 상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