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비대위 "협의체 불참…선무당·눈먼무사에 저항할것"(종합)
2024.11.22 13:02
수정 : 2024.11.22 13:02기사원문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비대위 1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갖고 "비대위는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 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사태를 해결할 생각 없이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고 내년부터 의과대학 교육은 파행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주변에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중층적 규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잘못된 조언을 하는 경제학자도 많다"면서 해당 경제학자들을 '선무당'에 비유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여기 저기 카르텔이라 낙인찍고 칼을 휘둘러 왔고, 정부는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깊게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이 아닌 마구 칼을 휘둘러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눈먼 무사'에 빗대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1차 회의 결과 의대 증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 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그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한 의대생(예과 1학년)들이 복귀하면 신입생까지 포함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500명 가량이 수업을 받게 돼 의학 교육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의사 양성 시스템은 전공의 과정인 인턴(1년)·레지던트(3~4년)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따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어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해부학 실습 등 기초의학 실습과 이후의 병원 임상실습은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의대생들과 의과대학 교수들은 혼란과 고통 속에 10년 이상 후유증을 앓게 될 것으로, 이는 의료계가 끝까지 정부의 무모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의대 교육 과정은 예과(2년)와 본과(4년)로 나뉘어진다. 현재 많은 의대들이 기초의학 과목 중 하나인 해부학 실습을 본과 3학년이 아닌 예과 2학년부터 시작한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대개 6∼8명씩 조를 짜서 해부용 시신(카데바)으로 실습한다. 또 의대생들이 병원을 돌며 임상 실습을 하려면 사전에 교육을 담당할 임상 교수와 실습 환경을 갖춘 병원도 확보해야 한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 모집 중단 선례로 일본 동경대와 국내 세종대를 언급했다. 그는 "일본 동경대는 1968년 학내 분쟁으로 전교생이 유급돼 교육할 환경이 되지 않아 결국 이듬해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면서 "1950년대 세종대에서도 사태(학내 봉기)가 있었고 당시 교육부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입시 혼란과 수험생 피해 등을 고려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일부 조정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해서 내보내지 못하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배출되고, 이들이 평생 환자들을 진료하게 돼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내년에 최대 7500명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의대에서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의 내년도 의대모집 중지 요구는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해온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의대 신입생이 내년에 돌아오면 2025학년도에 원래 정원인 3000여 명이 아니라 1000명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가 전날 회의에서 의결한 사항 중에는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은 비대위 전체 위원 중 40%(6명)를 차지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 농단에 맞서 싸워 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이들의 요구 사항은 의학교육과 수련환경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는 중재는 하기 싫고 중재자의 모습만 노리는 여당, 국민의 힘의 죄과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면서 "전공의, 의대생은 물론 의과대학 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정부의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에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제 회의에서 아예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았다"면서 "대화의 껍질(외피)만 있고, 정부가 저질러온 것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형태의 협의체에서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게 비대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대화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신뢰회복 조치가 첫 번째"라면서 "또 당면한 2025년 의대정원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의료계에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 2곳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 중이지만 의정 갈등 해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협의체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부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두 단체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전체 의사 직역이 하나로 모인 비대위가 구성됐으니 무거운 짐을 벗으시고 나오시는 게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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