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맹폭 수수방관 이재명, 위증교사 선고 임박하자 "감사와 존중"
2024.11.23 07:01
수정 : 2024.11.23 07:01기사원문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후 격앙된 메시지를 쏟아냈던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당내 단속에 나섰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사법부 심기 경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헌법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 온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과 민주주의 최후 보루로서 정의를 발견하고 실체적 진실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법관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을 자제할 것을 당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판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다. 정당한 의견 표현"이라면서도 "이를 벗어나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심적이고 정의감이 투철한 유능한 법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그간 민주당 대응이 사법부 전체가 아닌 '일부 법관'을 비판한 것이라며 '선 긋기'에 나선 유화 제스처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 유죄 선고 후 일제히 사법부를 규탄하며 이 대표 옹호에 나섰다. 선고 당일인 15일에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기보다는 '정치판결'이라며 맹폭을 쏟아붓기도 했다. 강성 지지층 일부는 1심 재판부의 신상을 공유하며 판사 탄핵까지 요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명백한 정치 판결이다. 검찰이 시작한 윤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고 했고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터무니없는 기소를 자행한 검찰과 그 주장을 받아들인 법원은 윤석열 정권과 같이 국민의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선고로 충격에 빠진 민주당은 연일 사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이번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사법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라 했고, 김민석 최고위원은 "오죽하면 서울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들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개별 의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는 논란을 더 키웠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16일 유튜브 '오마이TV'를 통해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의원은 "본인이 사과를 직접 하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최 의원은 "제 발언이 너무 셌다는 걸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재판부의 선고를 전혀 예측 못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보다 위증교사 혐의 판결을 더욱 우려했던 만큼 혼란이 더욱 컸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오는 25일 있는 만큼 내부 단속에 나섰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의 당부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의 거친 언행을 주의해달라는 이 대표의 말씀이 있었다"며 "상대방의 언어가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우리까지 거친 언행을 쓴다면 국민에게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당부가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과 민주주의 최후 보루로서 정의를 발견하고 실체적 진실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법관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 판결 후 사법부를 향해 쏟아진 위협성 발언들을 수수방관 하며 충분한 여론압박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선고 일주일 만이자,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사흘 전 뒤늦게 내놓은 유화적 발언은 오히려 사법부를 농락하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