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지자체 민간위탁사무 갈등···집단행동 나선 회계사들

      2024.11.26 06:00   수정 : 2024.11.26 08: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를 비롯해 국내 회계단체들이 이례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무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수위를 낮추면서 세무사까지 그 주체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저항이다. 한공회 등은 관련 조례를 다시 개정해 원상복구 시키겠단 방침이다.



민간위탁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 권한에 속하는 일부 사무를 민간에 위탁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뜻한다.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모든 사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수탁기관이 공인회계사에 의한 감사를 받도록 돼있었다.

“조례, 다시 원래대로”
2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공회는 조만간 11대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접촉해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 위탁에 관한 조례’ 재개정을 설득할 계획이다.

한공회 관계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당 조례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다시 회계감사로 격상시킬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회계사, 세무사 간 직역 문제가 아니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회계감사 필요성을 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은 지난 2022년 4월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용어를 변경한 뒤 세무사(세무법인)도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서울시장이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2년반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지난달 25일 대법원의 원고 청구기각 판결이 나왔다.

직후 한공회 이외 6개 회계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연 약 1조원 세금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를 간이한 수준으로 하향 변경해 세무사도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전문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공공재정의 투명성을 훼손·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회계단체는 경기도의회가 조례 제·개정안 입법예고를 하며 서울시의회가 한 것과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실제 한공회,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등은 경기도의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기도의회가 입법예고를 공시한 게시글엔 3만2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다수가 반대 의견이다.

“법률도 바꿔야”...투트랙 움직임
회계단체들은 지자체 조례 개정 요구와 함께 지방회계법, 지방자치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해당 법률은 지자체장이 민간위탁사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관리·감독 방법에 대해선 정해놓지 않고 있다.

이에 한공회 등은 지방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 결산서는 반드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을 병행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조례는 개정돼버렸거나, 개정 예정이라 상위법에 그 근거를 적시해두려는 시도다.

지난 24일엔 경기도의회 앞에서 정기훈 회계사가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가 중심이 돼 발족한 공인회계사 직역수호위원회엔 이미 회계사 1000여명이 가입을 마쳤다.

정 회계사는 “경기도의회 현 조례는 수탁기관이 회계감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 업무로 명확히 정의했다”며 “하지만 의회는 충분한 논의 없이 조례 개정을 강행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기업조차도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넘으면 회계법인에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1400만 경기도민 세금이 쓰이는 민간위탁사무를 얕은 수준으로 보는 게 누구의 이익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단체는 최근 서울시의회에 대해선 주민조례발안을 청구했다. 향후 6개월 동안 서울시민 2만5000명 동의를 받은 서명을 내면 실제 발안이 성사된다.
이후 절차는 일반 조례 제·개정과 동일하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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