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말하라" "2등도 배워라"...삼성 반도체, '외부 컨설팅' 받는다
2024.11.25 16:58
수정 : 2024.11.25 1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반성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기술에 이어 영업·마케팅 전략까지 수술대에 올렸다. 통상 비용 절감 위주였던 외부 컨설팅을 회사의 민낯과 직결되는 영업과 마케팅까지 범위를 넓혀 외부 목소리 청취에 나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2위 SK하이닉스 '열공'에도 나섰다.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컨설팅사에 기업간거래(B2B) 역량 강화를 위한 외주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이번에 발주한 외주 프로젝트는 DS부문의 대표적 수주 사업인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LSI)의 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의견 수렴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반도체 사업 관련 영업·마케팅 부서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의사결정 고도화를 위해 내부 운영 데이터와 외부 시장 데이터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스(DB) 체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분석을 통해 삼성전자 DS부문 내 팽배한 관료주의와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조직개편과 효율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영업과 마케팅이 그동안 담당자들의 경험에 대폭 의존하다보니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기술 외 영업과 마케팅에도 문제가 있음을 회사에서 인지하고 외부 목소리 듣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영업과 마케팅의 의사결정 고도화 작업은 시스템반도체 외에도 '커스텀(고객 맞춤형)' 제품이 대세로 떠오른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제품 등에도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부분 비용·원가 절감에 맞춰져 있던 외주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엔 영업·마케팅 등까지 경영 전략까지 컨설팅 영역을 넓힌 점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의 영업 프로세스 확립과 더불어 '을(乙) 마인드' 확립에도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소속 직원은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수율(양품 비율)과 더불어 영업 전략의 부족도 꼽혔다"면서 "수주 사업인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 '을(乙) 마인드'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사업부 내부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파운드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져 온 바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업계 2위' SK하이닉스에 대한 정밀 분석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HBM을 비롯해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층인 321단 4D 낸드플래시 제품을 삼성전자에 앞서 양산에 나서는 등 일부 제품에서 '메모리 1위' 삼성전자의 아성을 넘보자, 내부에서 위기감이 팽배해진 데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 DS부문 내부에서는 대내외 조직들과 함께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부터 양산·테스트까지 삼성전자와의 차이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간 삼성전자 DS부문의 약점으로 꼽혀 온 비효율성과 관료주의를 수술대에 올려놓을 예정이다. 불필요한 태스크포스(TF)와 비효율적인 보고 체계 등에 메스를 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정기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특히 DS부문은 주요 사업부장들이 대거 교체되며 신상필벌과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