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역행하는 코스닥 상장사들... 올 부실징후기업 사상최다

      2024.11.25 16:48   수정 : 2024.11.25 16: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 들어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새롭게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가 사상 최다 규모로 치솟았다.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고금리,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부실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는 총 52곳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해 해당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사상 최다치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9곳)과 비교하면 약 33%가 증가한 규모다.
지난 2020년 26곳, 2021년 25곳 등 투자주의 환기종목 신규 지정 기업은 20여곳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년 31곳으로 늘어난 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반기 검토의견 비적정과 반기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의 사유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됐다. 디와이디, 아이엠 등도 반기 검토의견 비적정으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올랐다. 모아텍은 5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지정됐으며, 스타코링크는 제3자 유상증자 대금을 부당 사용해 지정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체로 급락했다. 올해 지정 종목 중 지정 전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은 4곳에 불과하다. CNH의 주가는 지정 전일 종가 대비 88.56% 급전직하했다. 에스유홀딩스(-68.15%), 뉴온(-67.71%), 베셀(-66.72%) 등도 지정 전일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코스닥 상장사 중심으로 부실 징후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가 주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영업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 비중이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장 폐지 요건을 강화해 좀비 상장사들의 신속히 퇴출을 밝힌 만큼 거래소와 감사인 모두 기업들을 검토할 때 더욱 보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효섭 연구위원은 "반등을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상장폐지로 이어져 물리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주의 환기종목의 주가는 시장 수익률 대비 부진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거래소가 관리 종목 혹은 상장폐지로 악화될 우려가 있는 부실 위험 징후 기업을 사전에 알려주는 제도다.
주요 지정 요건으로는 반기말 자본잠식률 50% 이상, 반기말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반기 감사인의 검토(감사)의견 비적정 등이 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인 투자주의·경고·위험 지정 제도와는 엄연히 구별된다.
시장경보제도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라면,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시장과 관련없이 기업 내에서 이슈가 발생할 때 지정된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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