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이혼 소송 트렌드
2024.11.30 09:00
수정 : 2024.11.30 16: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최신 이혼 소송 트렌드에 대하여 얘기해 보고자 한다.
위자료 액수 증액 경향
먼저 실무상 체감되는 부분은 부정행위가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되는 경우 법원이 정하는 위자료 액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 사유로서 부정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짐
정확한 수치는 통계를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10년 차이를 두고 이혼 재판을 한 경험과 최근 수임된 사건의 내용들을 보면 이혼 사유로서 부정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듯하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인 2012-2014년 재판 당시에는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로 등장하는 사건의 비율은 체감상 50%에 미치지 못하였다. 배우자의 폭력, 도박, 유기, 가출, 시부모와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 등이 이혼 사유로 많이 등장하였고, 부정행위는 여러 이혼 사유 중에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인 2022-2024년 재판 당시에는 부정행위가 대부분의 사건에서 이혼 사유로 등장하였다. 물론 경제적 문제나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가 발단이 되어 부정행위에 이르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부부 일방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그 부정행위가 바로 이혼 사유로 되는 사건도 꽤나 많았다. SNS의 비약적 발달, 정조의무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과 함께 간통죄 폐지도 부정행위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예전에는 부정행위를 발견하고도 이를 용서하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는 참지 않고 바로 이혼을 결심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른바 ‘맞바람’으로 대응하며 이혼의 길로 가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다.
불륜 증거 확보의 어려움
필자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 재판을 할 당시에는 이혼 소송에서 당사자의 통화내역, 문자내역, 카톡내역, 카드사용내역 등에 관한 증거신청이 있는 경우 대부분 채택해 주었고, 그에 따라 통신사나 카카오, 카드회사 등으로부터 필요한 내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보된 내역들은 모두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되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탈법적인 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수사기관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배우자 및 그 상간자가 투숙하고 있는 모텔에 현행범 체포 명목으로 기습적으로 들어가 둘의 알몸이나 비치된 콘돔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소인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렇게 확보된 증거들은 이혼 소송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현재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이유로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이혼 소송 또는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이혼 소송 실무에서 당사자의 통화내역, 문자내역, 카톡내역, 카드사용내역 등에 관한 증거신청은 거의 채택되지 않고, 설령 채택되더라도 통신사 등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영장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내역을 순순히 제공해 주지 않는다. 물론 작년 대법원 결정으로 통신 내역을 회보받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나 과거에 비해서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도청장치를 심어놓는다거나 위치추적기를 단다거나 흥신소를 고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의 과잉
오랫동안 가사 재판을 하다가 변호사로 나와 보니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너무 많다. 지하철이나 SNS에서도 이혼 전문을 표방하는 변호사들이 넘쳐난다. 필자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근무할 당시에는 이혼 재판에 입정하는 변호사님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고, 그래서 그분들의 변론 스타일이나 사건 진행 방식을 다 알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가정법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정말 다양한 이혼 전문 변호사를 보게 되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우선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서 변호사 업무 영역 중 하나인 이혼 소송 분야에 뛰어든 변호사 숫자 자체가 늘게 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이혼 소송의 소송물이 다른 복잡한 소송이나 자문 영역과 비교해 볼 때 비교적 단순하여 다른 특수 전문 분야보다 이른바 ‘초짜 변호사’들이 진입 하기 쉽다는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 또 다른 원인은 이혼 소송의 경우 대부분 재산분할청구가 병합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여 소송물 가액이 커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변호사들이 받는 수임료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나아가 재산분할청구 심판의 경우 전부승소/전부패소가 드물기에 소송 결과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마지막으로 이혼 이슈 자체가 과거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혼하면 가문에 먹칠을 한다’면서 이혼 사실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이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프로그램들(돌싱글스, 돌생포맨 등)도 많이 늘었다.
최근 이혼 전문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굿파트너’의 히트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법관들의 인사 희망 패턴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0년대에는 가사전문법관의 인기가 높지 않아 가사전문법관에게 지방근무 면제라는 엄청난 혜택을 주었으나, 최근 가사전문법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주던 혜택들은 이미 모두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마다 가사전문법관 선발 경쟁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