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와 단명(短命)의 차이는 바로 OO에 있었다

      2024.11.30 06:00   수정 : 2024.11.30 15: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에 두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한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장수를 했고, 다른 한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단명했다.

어느 한 의원이 이를 궁금하게 여겨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했다.

두 마을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거주 환경은 비슷했다.
모두 전형적인 산골 마을로 배산임수의 지형이었다. 그래서 땅에서 나오는 농작물이나 가축으로 길러 먹는 축산물도 비슷했다. 실제로 먹는 것도 다를 바 없었다.

의원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차이가 이 두 마을의 수명을 달리하는 것일까? 풍토(風土)의 영향도 아니고, 기미(氣味)의 영향도 아니라면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하고 고심에 잠겼다.

어느 날, 의원은 장수하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는 물을 얻어 마시려고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아낙들에게 “물 한 잔만 얻어 마실 수 있겠소?”하고 요청을 하자 한 아낙이 두레박의 물을 조롱박에 조금 붓더니 “잠시 기다리시지요.”하면서 우물가 옆에 자라고 있는 수양버들의 잎을 하나 띄워 주는 것이었다.

의원이 당황하며 묻기를 “이 버들잎은 뭐요? 같이 먹으라는 것이요?”라고 하자, 아낙은 “아무리 갈증이 나더라도 물도 천천히 마시라는 의도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아낙들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이 의원을 쳐다보았다. 의원은 수양버들 때문에라도 물을 천천히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장수하는 마을 사람들은 아주 느긋했다. 오늘 하지 못한 것은 내일 하면 되었고 먼 길을 가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일을 재촉하면서 화를 내는 일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급하게 서두르고자 하면 “천천히~ 천천히~”하면서 진정을 시켰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호흡은 차분했다.

의원은 어느 날 저녁, 단명하는 마을에 가게 되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아낙들이 저녁밥을 짓기 위해서 물을 긷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사내가 헐레벌떡 급하게 뛰어오더니 “부인, 빨리 숭늉을 좀 내 오시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이 사내에게 묻기를 “아니 아직 밥도 짓지 않았는데, 어찌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단 말이요?”하고 의아해했다.

그러나 사내의 부인인 듯한 아낙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새치기까지 하면서 서둘러서 물을 길어 올렸다. 그 부부는 먼지를 일으키며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이 광경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의원이 살펴보니 단명하는 마을 사람들은 아주 급했다. 어떤 일이든지 서둘렀고 가만히 앉아 편하게 쉬는 것이 없이 계속해서 왔다갔다 했다. 마을 곳곳에서 “빨리! 빨리!”라는 말이 들려왔다.

게다가 사람들이 하도 이리저리 움직이기 때문에 숨이 차서 헥헥거렸다. 심지어 단명하는 마을에 사는 개들조차도 혀를 내밀고 숨차했다.

의원은 생각하기에 ‘혹시 느긋하고 급한 것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하고 여겼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서 장수와 단명의 이유를 단정지을 수 없었다. 의원이 생각하기에 뭔가 더 내밀한 속내가 있을 법했다.

의원은 한번은 장수하는 마을의 한 어르신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 어르신은 100세는 넘어 보였다. 그런데 그 집안의 어르신이 툇마루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마치 죽은 듯이 고요했다. 눈은 뜨고 있지만 숨을 쉬는 듯 마는 듯했다.

의원이 묻기를 “어르신 지금 숨은 쉬고 계시는 겁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어르신은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 아니겠는가? 의원이란 자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이상하네 그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은 다시 “코가 벌렁거리지도 않고 흉곽도 움직이지 않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라고 물었다.

어르신은 잠시 미소를 머금더니 “나는 태식(胎息)을 하고 있었을 뿐이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태식을 한다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은 “태식이라니요?”하고 되물었다.

어르신은 “태식이란 호흡을 복식으로 아주 천천히 하는 것을 말하네. 마치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것처럼 호흡하기 때문에 태식이라고 하지. 우리 마을의 옛날부터 나이를 먹으면 태식을 해 왔네.”라고 했다.

어르신은 태식의 시범을 보였다. 숨은 복식호흡으로 했고, 먼저 코로 숨을 한 번 들이마신 상태에서 거의 100을 세는 시간 정도를 머금더니 천천히 내뱉었다. 그러고 나서 숨을 내뱉을 때는 아주 조금씩 뱉었다. 그러나 전혀 숨이 차는 것 같지 않았다.

의원은 어르신이 하는 방법대로 옆에서 숨을 쉬어봤다. 그러나 100은커녕 20까지도 세기 힘들었고, 숨을 천천히 내뱉는 것이 힘들어서 “휴~!!!”하고 한꺼번에 뱉어냈다.

이때 어르신이 기러기 털을 두 개 꺼내왔다.

그러면서 “이 기러기 털을 코와 입 앞에 대고 숨을 내뱉을 때 기러기 털이 움직이지 않도록 호흡훈련을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네. 이러한 방법으로 태식을 하면 수를 점차 늘려서 천까지도 셀 수 있고 그러면 장수하며 이미 노인이라도 하루하루 젊어진다네.”라고 하는 것이다.

이어서 말하기를 “간혹 태식을 하면서 숨을 참을 줄만 알고 천천히 내뱉지 못한다면 무익할 뿐이네.”라고 했다.

의원은 무릎을 쳤다. “장수와 단명하는 기(氣)의 뿌리는 바로 호흡에 있었구나. 마을 사람들의 느긋함과 서두름도 모두 호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어. 특히 들숨보다는 날숨에 그 비밀이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의원은 단명하는 마을에 가서 이 비밀을 전했다. 그래서 단명하는 마을 사람들은 좀 더 느긋하게 생활하게 되었고, 특히 태식법을 실행하게 되면서 점차 수명도 늘어났다.

호흡과 장수의 관계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의 산소 소비효율과 함께 이의 결과로 생겨나는 활성산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소모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이 활성산소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평균 수명이 3년인 쥐와 평균 수명 60~70년인 코끼리가 평생 소모하는 산소량은 같다. 그 이유는 바로 호흡수에 있다. 쥐는 1분당 호흡수가 분당 100~200회인 반면에, 코끼리는 5~6회다. 쥐는 코끼리에 비해서 너무 빠르고 얕은 호흡을 하면서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쥐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코끼리는 어슬렁거리면서 느긋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호흡이 거칠고 빠를수록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져서 단명하고 호흡을 천천히 할수록 장수한다. 특히 날숨을 천천히 해야 한다. 날숨을 천천히 하면 교감신경의 긴장도는 낮아지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면역력이 좋아지고 혈관의 긴장도 낮아지면서 혈압도 낮아지고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호흡, 느긋한 날숨은 당신을 장수하게 한다.

* 제목의 ○○은 ‘호흡’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胎息法. 調得極細, 然後不用口鼻, 但以臍呼吸, 如在胞胎中, 故曰胎息. 初閉氣一口, 以臍呼吸, 數之至八十一, 或一百二十, 乃以口吐氣. 出之當令極細, 以鴻毛着于口鼻之上, 吐氣而鴻毛不動爲度. 漸習漸增, 數之久可至千, 則老者更少, 日還一日矣. 葛仙翁每盛暑, 輒入深淵之底, 十日許乃出, 以其能閉氣胎息耳. 但知閉氣, 不知胎息無益也. (태식법. 호흡을 아주 곱게 고른 뒤에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것처럼 입과 코를 사용하지 않고 배꼽으로만 호흡하기 때문에 태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숨을 한 입 머금고 나서 배꼽으로 호흡하는데 81이나 120까지 세고 나서 숨을 뱉는다. 공기를 내뱉을 때는 아주 조금씩 뱉는데, 기러기 털을 입과 코에 붙여 놓고 숨을 뱉어도 기러기 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이것을 점차 연마하여 수를 점점 증가시켜 천까지 셀 수 있으면 노인이 더욱 젊어져서 날마다 하루씩 젊어진다. 갈선옹은 아주 더울 때마다 깊은 연못 바닥으로 들어가서 10일쯤 있다 나오고는 하였는데 숨을 참고 태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을 참을 줄만 알고 태식을 할 줄 모르면 무익할 뿐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