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싸게 사도 분양 장담 못해"… PF 부실채권의 덫
2024.11.26 18:03
수정 : 2024.11.26 18:03기사원문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정리가 본격화 되면서 공매물건이 폭증하고 있지만 낙찰건수는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PF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지식산업센터·물류센터·오피스텔 등 비 아파트 상품이다. PF 부실채권(NPL)이 소화되지 못하고 가득 쌓여가고 있다.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11월 25일까지 개찰이 진행된 신탁사 토지(대지) 매각 공매건수는 총 3415건으로 집계됐다. 신탁사 토지 매각 공매는 대부분 PF 사업장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달 평균 487건이 공매로 나왔다. 월별로는 6월 336건에서 7월 817건을 기록하더니 8월 521건, 9월 512건, 10월 477건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1~4월에는 매달 평균 294건 가량이 공매에 부쳐졌다. 월 기준으로도 200~300건대다. 5월 이후 약 2배 가량 PF 공매 물건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낙찰건수가 6월과 7월 각 3건, 8월 6건, 9월 8건, 10월 2건 등이다. 11월에는 25일까지 1건의 낙찰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11월 25일까지 개찰이 진행된 3415건 가운데 낙찰은 고작 27건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 물건은 폭증하는 데 낙찰률은 1%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부실채권이 팔려야 PF 시장도 빠르게 정상화 되는 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분석했다.
PF 부실채권이 소화되지 않는 이유는 호황기 때 비싸게 주고 샀던 땅이다 보니 아직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한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비 아파트 시장은 더 얼어붙었고, 부동산 PF도 올스톱 되면서 반값 이하로 떨어져도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 부지를 공매로 반의 반값에 산다고 해도 PF 실행도 안 되고, 분양도 장담할 수 없다"며 "결국 비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고 PF 대출이 다시 가동되지 않는 이상 매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주택수 제외, 지식산업센터 지원시설 확대 등 비 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한 수요진작을 골자로 한 추가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F 정상화를 돕은 신디케이트론·지원펀드 등 각종 정부 정책 지원은 아파트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매가 진행될수록 가격은 낮아진다. 결국 수차례 진행된 입찰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정크본드로 전락하는 셈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결국 정크본드로 전락하면 선순위도 채권 보전이 쉽지 않게 된다"며 "시행사와 시공사 문을 닫고, 금융기관도 고스란히 손실을 떠 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