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지구 남는 용적률 사들여 역세권에 고층 짓는다
2024.11.26 18:16
수정 : 2024.11.26 18:16기사원문
■자산가치 회복·고밀도 개발 '두 토끼'
26일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시가 도입하기로 한 용적이양제에 대해 "문화재보호구역처럼 개발이 제한된 지역의 용적률을 판매해 재산 가치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특히 4대문 안과 풍납동 같은 지역에서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규제로 인한 손실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땅주인 입장에서는 용적률을 판매한 뒤 규제가 완화되면 개발 기회를 잃을 수 있어 망설일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용적률을 구매할 가능성이 큰 지역은 강남, 여의도, 용산, 주요 역세권 등이다. 용적률을 추가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지면 경제적 잠재력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용적률 구매를 통해 역세권이나 주요 상업지역의 고층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도시재생과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규제지역과 개발지역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역은 용적이양제가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1913년 지어진 이 역은 철도 이용객 감소에 따른 재정난 해소를 위해 1950년대 후반부터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뉴욕시가 1968년 용적이양제(TDR)를 도입하며 그랜드센트럴역의 용적률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용적률을 활용해 지어진 건물이 59층 팬암빌딩(현 메트라이프빌딩)이다. 뉴욕시의 이 결정은 향후 뉴욕의 경제 활성화와 현대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해외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용적이양제를 통해 규제지역은 사유재산권의 침해를 방지할 수 있고, 역사적인 문화재들을 보존할 수 있는 긍적적 요인이 있다"고 했다.
■고도제한 등 건축규제 극복해야
용적이양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넘어서야 한다.
김 소장은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명확한 거래기준이 없다면 제도 도입 초기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고도제한이나 경관지구 등 기존 건축규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용적률 거래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치 판단의 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판매자는 잉여 용적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매수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수자 입장에서는 구매한 용적률을 활용해 개발을 추진할 때 예상치 못한 규제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돈이 많은 지역이 용적률을 독점하면 결과적으로 지역 간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을 통해 용적이양제의 실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시범사업은 제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거래절차와 경제적 보상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입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포괄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