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쟁 일단락, 가자지구 평화는 언제?
2024.11.27 12:51
수정 : 2024.11.27 12: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약 13개월 동안 충돌했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정상들은 가자지구 역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싸우는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레바논 다음은 가자지구, 전쟁 멈춰야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26일(현지시간) 투표에서 헤즈볼라와 60일 동안 휴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유엔이 설정한 경계선을 넘어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던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로 60일에 걸쳐 점진적으로 경계선 밖으로 물러날 예정이다. 하마스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경계에서 30km 떨어진 리타니강의 북쪽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레바논 남부의 공백은 약 5000명의 레바논 정규군이 메울 예정이다. 휴전은 27일 오전 4시부터 시작됐다.
올해 들어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연설에서 이번 휴전이 "적대행위가 영구적 중단되도록 설계됐다. 강조하건대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다시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을 유발하고,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충돌을 초래했던 하마스를 언급했다. 그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유일한 탈출구는 미국 시민을 포함한 인질을 석방하는 것뿐"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은 튀르키예,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 등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인질이 석방되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상태로의 휴전을 달성하기 위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6일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공격과 인질 납치는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지만, 팔레스타인 민족 전체에 대한 집단 처벌과 학살은 더욱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다"라며 가지지구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성명에서 이번 휴전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가자지구에서의 휴전 합의, 모든 인질의 석방 등에 있어 즉각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가자지구 주민들이 비할 데 없이 고통받아온 가운데 이번 합의가 너무 오래 기다려온 (가자) 휴전에 길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바논 남부와 가자지구에서 동시에 지상전을 벌였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연설에서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해 "나는 승리를 약속했고 우리는 승리를 이룰 것"이라며 "우리는 하마스 제거를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의지 없어, 트럼프·사우디에 주목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 협상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9일 성명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중재하려는 카타르의 노력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알렸다. 이어 "당사자들이 잔인한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와 진지함을 보여준다면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카타르 도하에 망명중이었던 하마스 지도부는 이달 튀르키예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라이스대학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중동 연구원은 26일 범유럽 매체 유로뉴스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휴전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타르의 중재 포기에 대해 "카타르 정부는 이스라엘 지도부에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점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타르가 협상을 중재하려고 할 때마다 이스라엘이 새 조건을 요구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영국 싱크탱크 로얄유나이티드서비스의 마이클 스티븐 중동 전문가는 하마스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사망한 하마스 정치국장 야히야 신와르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스티븐은 신와르의 전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중재 논의에도 카타르에만 머물렀다"고 비난했다. 울리히센은 이집트의 경우 카타르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중재 노력을 계속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내년 1월에 정권이 바뀌는 미국이다. 네타냐후는 26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암시하며 "우리 군대에 대한 무기와 탄약 공급이 큰 지연을 겪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며, 이는 곧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지적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미뤘다. 집권 1기 당시 네타냐후와 각별했던 트럼프는 그의 중동 전략을 지지한다고 알려졌다.
한편 울리히센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트럼프와 가깝게 지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가자 휴전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빈 살만은 11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공동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우리 형제들에 대한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