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돈 66억 5년만에 16배 불린 오너 자녀들…국세청, 37건 세무조사 착수
2024.11.27 12:00
수정 : 2024.11.27 13: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플랫폼 운영업체 A사는 노동자들에 줄 대금은 수시로 늦게 줬다. 하지만 A사 사주 일가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해 몰고 다녔다. 수억 원대 피부 관리비·반려동물 비용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2. 제조업이 주력인 B사는 설립한 지 1년도 안된 자회사 C사 지분 전부를 사주 자녀에게 양도했다. 이후 C사에 제품을 저가로 공급해 C사 영업이익을 3년만에 수십 배로 늘려줬다. C사 지분을 가진 자녀들의 자산은 급증했다.
국세청이 기업 및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한 37건의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투자, 성장, 이익배분이라는 선순환 구조에서 일탈해 사주 일가의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조사 초점을 맞춘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들의 규모는 매출 수백억원에서 조원까지 다양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특히 플랫폼, 프랜차이즈 등 서민 연관 분야 기업에 대한 조사를 집중한다.
37건 중 14건 세무조사는 회사 돈을 '내 돈' 처럼 사용하는 기업과 사주 일가가 대상이다. 알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내부 거래 16건도 조사를 벌인다. 신규 사업진출 등 미공개 기업정보로 부당이득을 취한 7건도 세무조사를 한다.
회사 자산을 사주 개인 자산처럼 사용한 '도덕적 해이' 사례는 해외 호화주택·스포츠카 등 고가 법인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경우다. 국세청은 착수된 14건 세무조사에서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가 있는 재산 규모는 총 138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손자 해외 유학비 12억원 지원 사례도 포함돼 있다.
알짜 일감 몰아주기 탈세는 부의 편법 대물림이 핵심이다. 자녀 법인에 알짜 거래처를 떼어 줘 매출을 1년만에 수십배 급증시키는 방식이다. 자녀법인에 원재료를 저가 공급해 영업이익률을 3년만에 15배 상승시킨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대상 기업들의 자녀들이 종자돈을 평균 66억원 증여받아 부당지원을 통해 5년만에 재산을 평균 1036억원(최대 6020억원)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재산을 평균 약 16배 늘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에는 부모소유 기업이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처를 떼어줘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자녀에게 증여세 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
기업공개(IPO) 등 미공개 정보를 활용,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은 기업과 사주 일가에 대해서도 7건의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사주일가는 상장, 인수·합병 등이 예정된 비상장 주식을 취득해 평균 20배의 주가 상승 이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천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민주원 조사국장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경쟁을 통해 얻을 사업기회를 기업, 오너 일가가 빼앗는 편법적 '부 대물림' 등에 조사를 집중할 계획"이라며 "세금 포탈 혐의가 확인된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