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니 팔이 번쩍"...'로봇에 진심' 현대차가 작정하고 만들면

      2024.11.28 08:30   수정 : 2024.11.28 08: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7일 경기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 현대자동차·기아가 만든 착용 로봇을 입자 팔이 번쩍 위로 올라갔다. 마치 위에서 누가 잡아당기듯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느낌이 인상 깊었다. 착용도 편리했다.

조끼 모양의 로봇을 입고 허리와 팔 크기를 본인에 맞춰 조절하기만 하면 된다. 사이즈는 출시에 맞춰 6개로(현재는 5개) 구성, 최대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수 있게 했다.
조끼를 입고 실제로 공구를 돌려보자 평소 대비 힘을 적게 쓰는 게 느껴졌다. "사용자의 어깨와 팔꿈치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설명이 와 닿았다.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첫 공개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를 열고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최초 공개했다. 엑스불은 현대차·기아의 착용 로봇 브랜드로,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로봇 개발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보틱스랩은 이 시기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에 착수했고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현대차·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했다.

엑스블 숄더의 가장 큰 특징은 가볍고 유지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전동 시스템을 대신해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 보조력을 생성하도록 했다. 이 모듈이 작동하면 내부 인장 스프링에서 방출된 탄성에너지가 크랭크 축에 회전력 형태로 전달된다. 이렇게 생성된 회전력은 사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윤주영 현대차·기아 관절로보틱스팀 팀장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엑스블 숄더 사용자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와 30%를 각각 경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과 사용성도 고려했다. 이 로봇에는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와 '내마모성 소재'를 적용했는데,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중량은 40% 경감했다는 게 로보틱스랩 설명이다. 제품 총 무게는 약 1.9㎏다. 본체의 길이는 406㎜부터 446㎜까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엑스블 숄더 라인업은 기본형과 조절형 등 2가지다.

"로봇으로 삶의 질 높일 것"
현대차그룹이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산업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근로자 고령화로 인해 따라오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근로자 삶의 질을 향상하자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27개 계열사를 시작으로 건설, 조선, 항공, 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력한 곳은 작업자 보호에 관심이 많은 독일, 프랑스 등이다.

판매는 우선 기업간거래(B2B) 방식으로만 진행한다. 28일부터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김영훈 현대차·기아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타 업체 대비 합리적으로 가격을 선정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 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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