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과잉의 시대, 문제는 서민경제다

      2024.11.27 17:35   수정 : 2024.11.27 17:57기사원문
지난달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전망을 물었다. 그리고 그 전망에 대한 근거도 따졌다. 사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한 후 피를 흘리며 주먹을 번쩍 쥔 한 장의 사진으로 미국 대선은 끝났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예측과 분석도 필요 없었다.
미국의 여론도 그렇게 움직였고, 한국의 미국 전문가들도 2기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자고 했다. 그러나 쉽게 끝나지 않았다. 대선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선전했고, 여론도 박빙이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는 미국 공화당의 텃밭인 아이오와에서 해리스의 지지가 트럼프를 앞섰다는 뉴스도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마지막 투표함까지 열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선거 종료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승패가 결정됐다. 지켜보는 모두가 허탈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와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틀렸다.

그러나 이미 선거 결과는 오래전에 결정됐었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전문가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몇 개월 전 미국에 사는 지인과 연락이 닿을 기회가 있었다. 부자 동네에 사는 그는 이번 대선 전까지 민주당 지지자였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물가가 너무 올랐고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와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거리에 노숙자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된 그는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체감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가 너무 오르자 그 책임을 그들과 워싱턴에 있는 엘리트들에게 돌린 것이다. 합리적 사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찍 대선을 포기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왔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경제가 갈랐다. 그중에서도 통계 숫자로 보여주는 경제가 아닌 서민경제가 핵심이었다. 숫자로 보는 미국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3.5%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한 트럼프의 첫 3년 미국 경제는 평균 연간 2.7% 성장했다. 다만 바이든 정권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풀기 시작한 2021년 5.9% 성장했고, 이후에는 내리막을 걸었다. 일자리도 트럼프 정권 때보다 크게 늘었다. 빅테크들의 실적도 크게 증가했고, 주식 시장은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문제는 물가였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날드 가격은 지난 3월 기준으로 2019년보다 33% 상승했다. 미국 내 식료품 가격도 2019년 이후 28% 올랐다. 장바구니 경제와 숫자로 보여지는 경제의 괴리가 컸던 것이다. 낙태권이나 자유의 가치 등은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외쳤던 "미국인들의 삶이 4년 전보다 나아졌느냐"를 이길 수 없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때다. 지금 한국은 정치과잉의 시대에 놓여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몇 달째 선거개입 등으로 시끄럽고, 야당 대표의 수사와 재판은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 그러던 중에 우리 경제는 소리 없이 가라앉고 있다. 올해 국내외 경제 관련기관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0%로 낮추고 있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이 2.0% 밑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력 수출산업도 하강하고 있으며 내수는 이미 침체에 들어갔다. 소매판매는 전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 3·4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트럼프 집권 2기가 되면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수출로 성장하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치보다는 경제, 그중에서도 서민경제를 돌보지 않으면 여의도 엘리트들의 미래는 워싱턴 엘리트들의 미래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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