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인생2막이 그윽해지는 일터… 부동산원이 응원합니다
2024.11.27 17:35
수정 : 2024.11.27 17:35기사원문
지난 12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광명시 시니어 일자리카페 '레뽀소(Reposo) 카페'. 넓은 카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청결함이었다. 쉴 틈 없이 손님이 머물렀다 떠난 테이블에는 커피 얼룩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집안 일에 능숙한 '주부 9단' 출신 바리스타들의 솜씨였다.
노란색 앞치마와 갈색 모자를 똑같이 쓴 세 바리스타의 평균 나이는 66세. 키가 큰 순으로 '큰 언니', '작은 언니', '막내'로 불리는 이들이 손발을 맞춰 일을 시작한 지 2개월째다. 작은 언니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큰 언니는 우유를 데우고, 막내 바리스타는 컵에 음료를 담아 손님에게 나갈 준비를 한다. 세 바리스타 모두 레뽀소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방법을 처음 배웠지만, 합을 맞춰 일하다 보니 음료를 만드는 실력도 늘었다.
큰 언니 한춘희씨는 "보통 카페는 (직원으로) 젊은 사람들 쓰지 나이 많은 사람은 잘 안 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며 "오는 손님들이 여기는 시니어들이 있으니까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커피 맛이 좋다고 말해주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레뽀소 카페는 한국부동산원과 DGB사회공헌재단이 공동후원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사업장이다. 양 기관이 25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초기 투자비용으로 후원했다. 지난 5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실시한 시장형사업단 창업 지원 공모사업 전국 지역 부문에 최종 선정돼 9월 문을 열었다. 한국부동산원 이재우 수도권남부지역본부장은 "레뽀소 카페를 통해 어르신들의 일자리 참여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지원사업을 시작해 모두 48명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제 레뽀소 카페는 시니어 일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18명의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바리스타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시니어 바리스타 모집 공고에 모두 90명이 지원해 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시력과 체력 등을 확인하는 면접을 통해 합격자가 가려졌다.
레뽀소 카페 관계자는 "여전히 20명의 대기자가 레뽀소 카페에 일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18명의 바리스타는 각각 일주일에 8시간을 근무하고 월 30~50만원의 급여를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바리스타들은 수입 보다 배움의 즐거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유통업계에서 일하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일을 그만둬야 했던 작은 언니 박순이씨는 3년 만에 직업을 갖게 됐다. 박씨는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좋고 커피머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레뽀소는 스페인어로 '휴식, 쉼, 안정'이라는 뜻이다. 레뽀소 카페 운영을 총괄하는 김은숙 광명시니어클럽 관장은 "노인 일자리는 공간이나 사업 투자비, 세팅비, 후원, 대출 등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시니어 18명이 근무할 곳이 마련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내년엔 우리나라에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많이 생길 것이고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의 사회공헌 사업도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9월 대구경북 소상공인 해외판로를 지원하면서 수출상담 기회를 지원하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사회복지시설에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에 나섰다. 7월부터는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유스로컬첼린지 사업을 신규 지원하기도 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