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일찍 나왔는데 30분 더 걸려"… '첫눈 폭설' 출근지옥

      2024.11.27 17:41   수정 : 2024.11.27 17:41기사원문


"갑자기 지하철을 지연 운행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네요. 방금도 열차 1대를 그냥 보냈어요"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난 김모씨(30대). 그는 수도권에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를 받고 평소보다 20분 일찍 집을 나섰지만, '지하철 연착'이 출근길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자가용 출근길도 마찬가지였다. 하남에서 시청으로 차를 몰고 출근한 김모씨(53)는 "눈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모르고 스노체인을 채우지 않아 너무 느리고 위태롭게 움직였다"며 "도로에 한참 서있느라 불편했다.

30분 정도 더 걸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27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내린 첫눈이 폭설이 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출퇴근길 시민들은 폭설 교통 혼잡을 피해 대중교통을 선택했고, 인파가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고 밤사이 서울 곳곳에 20㎝ 안팎의 큰 눈이 내렸다.

노원구와 성북구 등 동북권은 대설경보로 격상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 지역은 적설량 20㎝를 돌파했다.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준 최대 적설량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서울시가 인력 9685명과 장비 1424대를 투입해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쏟아지는 폭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지역 곳곳의 제철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도로나 골목길은 쌓인 눈을 치우기도 전에 오후 들어 내린 눈이 또 쌓이면서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사고도 잇따랐다. 오후 3시 6분께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사장 주변에 설치한 안전보행로 지붕이 폭설에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행인 3명 중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른 1명도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1명은 경상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사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은평구 은평로, 성산대교 북단 방향, 천호대로(군자교통단→군자교 입구) 4차로 등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주택 등 174가구에선 전력 공급이 끊겼다.

자하문 삼거리북악골프장, 삼청터널, 자하문 삼거리사직공원 초입, 감사원~우정공원 등 4개 구간 도로가 폐쇄됐으며 북한산과 설악산 등 전국 7개 국립공원의 출입구 185곳도 통제됐다.

덕수궁, 경복궁, 창경궁 등 주요 궁궐과 조선 왕릉 관람 역시 중단됐고 오후 1시 기준 이날 예정된 항공편 가운데 40여편이 취소되고 100여편이 지연되는 등 항공기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공기 결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강원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기소방본부에는 눈 피해 신고 8건이 잇따라 접수됐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서는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졌으며, 서구 심곡동에서는 많은 눈으로 가로수가 쓰러졌다. 전북 익산포항 고속도로 익산 방향 장수IC 인근에서는 25t 화물차가 전복돼 화물칸에 실린 위험물질 300400ℓ 중 일부가 누출됐다.
전남 목포홍도와 경북 포항울릉도 등 전국 74개 항로에서 여객선 96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다시 눈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28일 오전까지 눈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하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장유하 정경수 서지윤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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