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트럼프 印太전략 어떻게 추진될까
2024.11.27 17:51
수정 : 2024.11.27 17:55기사원문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는 아시아의 여러 문제에 미국이 반드시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고는 했다. 북한 핵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문제이지 미국의 문제가 아니며, 한일 양국이 핵무장을 해서 북한 핵을 억제하는 것도 나쁜 생각이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남중국해 문제 역시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문제라고 한 적이 있고,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민주화 세력을 "폭도(riot)"로 규정하며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에 관련된 것이니 미국이 신경 쓸 바 아니라고 한 적도 있다.
2017년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아시아 전략이었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 폐기를 공식화했고,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의 핵심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트럼프가 초강경 '중국 때리기'에 돌입했지만, 일목요연한 아시아 전략의 틀 안에서 대중정책을 구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인태 전략을 미국의 아시아 전략으로 도입한 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인태 전략은 미국보다 일본이 먼저 도입했다. 2016년 8월 아베는 일본의 새로운 외교전략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FOIP)'이라고 천명했다. 아베가 트럼프에게 인태 전략을 권유했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폐기한 후 마땅한 아시아 전략이 없었던 트럼프가 아베의 제안을 받아들여 인태 전략을 자신의 아시아 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2017년 11월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5개국 순방길에서 인태 전략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공백이 발생했는데, 어떤 연유에서였든 트럼프가 인태 전략을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을 대체하는 아시아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미국은 다시 큰 전략의 틀 안에서 아시아 정책과 중국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인태 전략을 채택하면서 아시아 문제에 미국이 방관으로 일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도 성공했다. 인태 지역 군사안보 정책을 전략의 틀 안에서 재정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71년 역사의 미국 태평양사령부(PACOM)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로 바꾸며 인도양과 태평양을 통합된 군사전략 공간으로 상정했고, 이에 기반해 미국의 역내 군사안보 전략의 체계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항행의 자유작전(FONOPs)'의 횟수와 강도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인태 전략 추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일례로 인도태평양의 개발도상국 투자와 개발기구 발족을 위해 '빌드법(Build Act)'을 초당적 합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과(過)도 적지 않았다. 인태 전략은 역내 국가와 제도에 관여하고 공통의 이익을 도모하여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태생적으로 인태 전략의 본질과 상호모순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과도한 '거래주의' 접근법 때문에 공감과 지지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 역내 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일정 합의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트럼프의 일방적 중국 때리기는 역내 국가의 공감을 사는 데 한계를 보였고, 오히려 큰 우려를 자아냈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인태 전략이 1기의 한계를 답습한다면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