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지배구조 규제, 만능열쇠 아니다" 전문가들 한 목소리 낸 이유는?

      2024.11.28 14:00   수정 : 2024.11.28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를 위한 것’에서 ‘주주 이익을 위한 것’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상법상 지배구조 규제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그 대신 경영권방어수단 도입·상속세 완화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밸류업과 지배구조 규제의 최근 논의와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단기주주 이익과 장기주주 이익 상충시 분쟁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기업 혼란을 가중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일본은 물론 영미법에서도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를 판례로 인정한 경우는 있어도 법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총주주의 이익’, ‘주주의 비례적 이익’, ‘주주를 공정(공평)하게 대할 의무’ 등이 개념적으로도 모호하고 이사의 구체적인 책임범위와 행동지침을 제공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명확한 법 개정은 이사의 경영판단을 위축시켜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1981년 상법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입하는 방안, 2014년 모회사 이사의 자회사 감독책임을 명문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으나 개념과 책임범위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개정이 보류됐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선언적 규정에 그친다 해도 판례 등으로 구체적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지금 문제가 되는 이해상충 사례들은 ‘이사 대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 대 일반주주’”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해도 배당 등 단기주주 이익과 신사업 발굴 등 장기주주 이익이 상충할 때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상법과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제를 유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만이 밸류업의 만능열쇠처럼 다뤄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지배구조 문제와 연관된 상속세 개선과 경영권 방어수단 보완,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사익편취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더 넓은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훈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회사의 이익과 총주주의 이익은 다르지 않으므로 이사에 대하여 회사를 위한 의무 외에 주주 보호를 위한 의무를 추가하는 상법개정안은 불필요하고, ‘주주의 이익’을 주관적 입장에서 오인하는 주주들에 의한 법적 분쟁만 증가시킬 뿐”이라며 “법체계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상법 개정보다는 문제사례별로 핀셋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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