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수장 등 역대급 물갈이… 사업 조정해 '뉴롯데' 혁신
2024.11.28 17:23
수정 : 2024.11.28 17:23기사원문
롯데가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상 최대의 인적쇄신을 단행하면서 그룹 전반의 전면적인 리더십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그룹 위기설의 중심에 있는 화학군 대표가 전격 교체됐고,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혁신을 위해 지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수술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보인다.
■3세 경영 속도에 화학군 전면 쇄신
28일 롯데그룹이 단행한 내년도 정기임원 인사는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1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국내외 신사업·신기술 기회를 발굴한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 부사장은 바이오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신 부사장은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한 뒤 2023년 정기 인사에서 상무로, 2024년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각각 승진한 바 있다.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이 통합되면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향후 경영혁신실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 전반적인 사업구조 점검과 재편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위기설을 불러온 화학군은 총괄대표를 비롯해 대부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교체되면서 리더십의 대수술을 단행했다.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은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화학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의 3개 사업부 대표이사도 모두 물러났다. 호텔롯데 대표이사에는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3개 사업부를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도 함께 맡아 본격적인 경영 체질 개선 작업을 추진한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과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됐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은 위기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위기설 '불식' 자산재평가 추진
이번 인사를 두고 규모나 내용 면에서 최근 전방위적으로 확산한 그룹 위기설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일부 특약을 충족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는 만기일 전에 빌려준 돈을 회수할 권리가 생긴다. 여기에 업황이 나빠지며 2019년 말 대비 매출액만 약 3조원 감소한 롯데쇼핑의 부진까지 겹쳐 위기설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주가는 폭락했다. '가용 예금만 71조'라는 적극적인 그룹 차원의 해명에도 시장의 우려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롯데는 그룹 핵심 자산으로 6조원에 달하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롯데케미칼 회사채 담보로 내놨다. 또 2009년 이후 15년 만에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에도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그간 크게 오른 부동산 가격을 반영해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다각도로 추진, 시장의 불안감을 서둘러 진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