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는데 30분… 최악 교통난에 판교 제2밸리 떠나는 스타트업
2024.11.28 17:29
수정 : 2024.11.28 17:29기사원문
2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창업 생태계로 조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다. 판교 제2밸리는 업계에서 '섬'으로 불린다. 그나마 있는 대중교통인 버스의 경우 노선이 적을 뿐더러, 차량으로 출퇴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판교역에서 제2밸리까지 가는 시간만 따져도 길게는 2~3시간을 차에 갇혀 있어야 한다.
현재 입주를 마친 기업 직원은 "성남 창업로 인근은 퇴근 시간을 한참 앞둔 4시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며 "각 사옥의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창업로로 이어지는 길이 전부 막혀 차량 이동으로 3분, 도보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2km 가량 구간을 지나는데 30분이 넘게 걸린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중교통 인프라도 열악해 일부 기업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A기업은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교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주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B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나서서 최대한 입주를 늦추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제2판교의 3분의1 가량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용 트럭과 레미콘이 드나들면서 교통 체증이 생기는 것은 물론 안전 문제도 대두됐다.
제2판교 공사는 내년초 마무리 될 예정이다. 그러나 교통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달 공사가 마무리되면 입주 기업은 현재 500여곳에서 800곳으로, 근무 인원은 현재 2만명에서 4만명으로 불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스타트업 공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건축 계획을 심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계획은 창업가들을 위해 공간, 기술, 금융 컨설팅,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었지만 정작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하는 기관들은 '무상 임대'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무료 공간'만으로 기업을 끌어모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익명의 모 스타트업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 도로 사정이나 환경이 나아지더라도 스타트업 육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예산과 프로그램, 공간 등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도 의무 기간만 지나기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