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발맞추는 이복현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 합리적"

      2024.11.28 17:30   수정 : 2024.11.28 17:30기사원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나 '자본시장법 개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기본법을 바꾸기보단 상장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을 수정함으로써 재계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겠단 취지다. 정부 정책과도 발맞추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과 관련해서는 "조사 결과 현 행장과 현 회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 거래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보단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현 단계에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그 안에)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방안보다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상장법인 합병·물적분할 등으로 해당 논의가 시작된 것이고, 2400여개 상장사에 대한 규율 체계를 두는 게 맞다"며 "상법 개정시 비상장법인까지 포함돼 100만개가 넘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없는 곳까지 적용되는 방식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최근 '이사회가 합병 등을 결의할 때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자본시장법에 넣자는 방안을 경영계에 제시한 바 있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있어 적정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정보 제공자에 대한 공시나 평가 적정성을 사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보관 의무 등을 두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며 "물적분할시 상장 차익을 모회사 주주들이 공유받을 수 있는 장치를 두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고 있는 영풍에 대해 "환경오염 이슈와 관련해 손상차손 미인식 등 회계상의 문제점을 발했고,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며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고, 부적절한 회계처리에 대해 결론을 내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풍의 조력자인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과거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중심으로 얘기해왔는데 (반대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에 대한 지배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며 "5~10년 안에 사업을 정리(엑시트)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지배했을 경우 주요 사업부문 분리 매각 등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우리금융 현 회장 재임시에도 불법대출

이 원장은 최근 정기검사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이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기간에도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법 등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우리은행 검사 결과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9개월 동안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 관련 차주 20곳에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사 결과 최근까지도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이 계속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해당 사안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이사회 통제 기능이 작동했는지,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에 대해 점검하려 한다"며 "점검 결과는 다음달 중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국이나 정부가 특정 최고경영자(CEO) 임명에 대해 입장을 취한 적도 없고, 취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선임 절차가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서 이뤄졌는지, 어떤 근거에 따라 판단을 내렸는지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태일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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