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관절염·피부염 줄기세포 치료제로 세계 시장 공략
2024.12.01 07:31
수정 : 2024.12.01 07: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줄기세포 기반 반려견 관절염·피부염 치료제로 국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주)티스템이 반려견 시장을 겨냥해 세계 최초로 관절염 치료 줄기세포 주사제 ‘티스템 조인트 펫’과 피부염 치료제 ‘티스템 크림 펫’을 개발, 종근당 계열 경보제약과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동물용 의약품 허가를 획득하고 시판에 들어간 것은 세계적으로도 티스템이 처음이다.
김영실 티스템 대표는 “인공합성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동물용 관절염 치료제는 있었지만, 인체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만든 치료제는 처음”이라며 “국내외 많은 줄기세포 업체들이 동물용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티스템을 제외하곤 아직 아무도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고, 제약허가 관문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티스템의 동물용의약품 개발 및 허가, 국내외 시판은 독보적이다.
티스템은 이 같은 연구성과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 국민브랜드 대상,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 의학부문 대상, 2018년 줄기세포 연구·치료 부문 대한민국 100대 명의, 2019년 바이오부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상, 2020년 경남 중소기업대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탄탄하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티스템이 첫 치료 대상으로 삼은 관절염은 반려견이 가장 많이 고통받는 ‘2대 질환’ 중 하나다. 반려견의 가장 흔한 질환 첫 번째가 피부염이고, 두 번째가 관절염이다. 반려견의 20%가량이 관절염에 시달린다는 보고가 있다. 관절염의 근본 치료법은 아직 없다. 관절에 핀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법이 있지만,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아 많은 수의사가 수술을 꺼린다. 게다가 관절 수술이 가능한 외과계 수의사는 전체의 1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수술비용보다 싸게 ‘티스템 조인트 펫’을 공급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1주일 간격으로 4차례 정도 주사하면 대부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통증 억제 효과만 있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관절의 염증을 없애고 연골을 재생해 근본적으로 관절염을 낫게 하는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막줄기세포추출물 주사약의 출시로 나이가 어리거나 면역력이 약한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티스템이 특허·개발한 ‘티스템 조인트 펫’은 3세대 줄기세포 기술의 산물인 ‘무막줄기세포추출물’을 적용한 제품이다. 동물임상시험을 통해 골관절염에서 항염증작용 및 통증완화, 연골재생의 효과를 입증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관절 주사제로 수의사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 동물의약품이다.
티스템은 사람의 성체줄기세포, 그중에서도 지방 조직에 있는 ‘지방줄기세포’를 원재료로 활용한다. 현재 일반적인 줄기세포 기술 수준은 자신의 지방 조직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그대로 사용하는 1세대 줄기세포 기술과, 이를 배양하고 증식하여 자신에게 재주입하는 2세대 줄기세포 기술에 머물러 있다. 줄기세포는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 유효성분에 의해 재생 작용이 일어나는데, 세포막에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이 붙어 있어서 일반적으로 환자 자신 한 사람밖에 사용할 수 없다.
티스템은 이 면역거부반응을 뛰어넘어 여러 사람과 동물에게 통용되는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줄기세포의 세포막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막을 제거한 무막줄기세포는 줄기세포내 단백질 성분이다. 세포막을 깬 후에는 유효성분만 정제하기 위해 미세필터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성분들을 제거한다. 정제된 유효성분을 동결 건조해 보관 및 유통이 용이한 파우더 형태로 만들었다. 이것을 3세대 줄기세포인 ‘무막줄기세포’라고 부른다.
무막줄기세포의 장점은 획기적이다. △치료효과가 탁월하고 △부작용이 없으며 △사용과 유통이 편리한 것은 물론 △치료비가 저렴하다. 김 대표는 “파우더 형태로 동결건조된 무막줄기세포는 실온보관(섭씨 1~30도)이 가능해 국내외 유통에 이점이 있다”며 “적용 대상이 인수공통 범용이어서 시장성이 매우 크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 대비 생산 비용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티스템이 세계 줄기세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이어 반려견의 피부 질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바르는 줄기세포 피부질환 치료제 ‘크림 펫’도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
피부염은 반려동물의 가장 흔한 질병으로 유병률이 50%에 달한다.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피부질환으로 고통 받는 셈이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티스템이 개발한 치료제는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이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미국 현지 유통회사의 ‘티스템 케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스프레이 타입의 탈모관리 제품인 ‘스칼프 에센스‘와 ’스칼프 클렌저‘ 판매를 올 하반기부터 시작했다. 피부관리 제품인 ’티스템 크림‘과 ’티스템 앰플‘도 개발을 이미 완료한 상태로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티스템은 줄기세포추출물을 활용한 인체용 의약품 개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람의 골관절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상을 비롯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임상 1·2상 시험계획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동물용 의약품 판매와 인체용 의약품 개발을 병행해 신약 개발 역량과 실적을 모두 겸비한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며, “동물의약품과 화장품 매출실적, 인체의약품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의대 출신인 김 대표는 (주)티스템 대표이사, 티아라줄기세포연구소 대표, 티아라성형외과 원장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티스템의 기업이념은 ‘실사홍익(實事弘益)’이다. ‘실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에서 따왔고 ‘홍익’은 단군신화의 ‘홍익인간’을 뜻한다. 김 대표는 “실용적인 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며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 쓰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 유익할 수 있는 연구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