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노래 "플라스틱에 사람 죽는다"
2024.11.30 07:30
수정 : 2024.11.30 07:30기사원문
[편집자주]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부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플라스틱 협약(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25일 개회 때와 비교해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의장이 제안한 '논 페이퍼'(비공식 문서)로 논의를 시작했으나 '생산 감축'에 이견이 많아 국가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법적 효력을 가진 문서로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초안작성그룹'(LDG) 단계로는 아직 진전이 없다.
부산 벡스코 회의장 안팎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곳곳에서 본국과 통화하며 고성이 오가고, 계단에 걸터앉아 화상통화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소음으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조금 고개를 돌리면 희망적인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INC-5 부대행사로 환경부가 마련한 '플라스틱에 대한 새로운 생각'(Rethinking Plastic Life) 전시장엔 녹색 스타트업 전시 사이로 공연과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프리카 케냐의 예술가 단체 '엠 허브'(MHUB Studios)가 만든 '니 와지부'(Ni Wajibu)와 '오염'(Pollution)이라는 노래가 이곳에서 반복 재생되고 있다. '니 와지부'는 스와힐리어로 '우리의 책임'을 뜻한다.
이 노래는 흥겨운 아프리카 리듬을 기반으로 한 팝송이지만 그 메시지는 명확하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라. 사람과 자연이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뮤직비디오에도 아프리카의 '플라스틱 산'과 오염된 하천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흥겨운 리듬 속 강렬한 메시지는 "우리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회의장에 모인 모든 국가의 정부 관계자, 환경단체 등이 해결의 주체임을 강조한다.
이 노래는 지난 2월, 제6차 유엔 환경총회(UNEA-6)의 '다자간 환경 협정의 날'(MEA) 개막식에 공연되기도 했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국제 도전 연구 기금(GCRF)의 지원으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전환'(STEPP)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리듬은 흥겹지만 회의장은 싸늘하다. 기자회견 당시 "(협약) 성안을 자신한다"고 밝혔던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5협상위 의장은 최근 "솔직히 말하면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전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염에 대한 책임'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 세계 177개국이 힘을 모아 INC-5 협약을 성안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제는 정말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