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울증 치료에" 향정 의약품 2000정 셀프 처방 의사 벌금형

      2024.11.30 07:30   수정 : 2024.11.30 07:30기사원문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년간 우울증 치료 등을 이유로 스스로에게 10종 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 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강영기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박 모 씨(45)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50만 134원 추징을 명령했다.

박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로, 2022년 1월 18일부터 12월 30일까지 60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 10종의 2604정을 스스로에게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로, 마약류 성분이 포함돼 오남용 시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메스암페타민, 엑스터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 씨 측은 공황장애, 우울증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약을 처방했으므로 업무 외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씨가 의료 행위를 빙자해 마약을 투약했다고 판단했다.
박 씨가 자가 처방 전에도 정신과에서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도, 언제 어디서 진료와 처방을 받았는지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박 씨가 중증 우울증 치료 사용에 권고되지 않는 ADHD 치료제, 처방의 근거가 없는 식욕억제제 등도 함께 복용한 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처방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그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강 부장판사는 "장기간 상당한 양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수수해 복용하는 등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이고, 재범 우려도 상당하다"면서도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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