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급발진" 국과수 감정 올해 114건…역대 최다
2024.12.01 07:01
수정 : 2024.12.01 07:01기사원문
"시청역 사고 이후 더 늘어"…밀려드는 요청에 '몸살'
급발진 결론은 '0건'…대부분 가속페달 오조작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교통사고가 난 뒤 "차량이 혼자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가 급증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급발진 감정 건수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일 국과수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가 총 114건에 달해 작년 한 해의 105건을 이미 앞질렀다.
국과수의 급발진 감정은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이었다.
서울 한 일선 경찰서의 교통과장은 연합뉴스에 "사고를 낸 운전자가 급발진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감정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7월 '시청역 역주행' 사건이 난 뒤에는 급발진 주장이 더 많아져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시청역 사건과 마찬가지로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5년간 국과수가 감정한 382건의 사고 중 급발진으로 판명 난 것은 '0건'이었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것으로 확인된 경우가 327건으로 85.6%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차량이 대파돼 감정이 불가하거나 페달 오조작을 입증할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는 경우였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운전자는 60대가 148명으로 45.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70대(89명·27.2%), 50대(59명·18.0%) 순이었다. 국과수 관계자는 "실제로 급발진 확률은 길을 걷다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드물다"고 말했다.
급발진 감정 요청이 밀려들며 국과수도 업무량 과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그간 차량 1대 감정 기간을 약 30일로 잡아 왔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선 경찰서의 수사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전국 22명인 국과수의 교통사고 감정 전문 인력은 내년 정원이 1명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력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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