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대중 수출 흔들…역대급 수출에도 우려 커져
2024.12.01 14:41
수정 : 2024.12.01 14:41기사원문
우리 경제를 사실상 홀로 이끌고 있는 수출이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규모가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월 수출 증가폭은 지난 7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개월 연속 증가,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기대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한 563억5000만달러, 수입은 2.4% 감소한 507억4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56억1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으로 지난 2022년 기록한 역대 최대 수출 실적(6836억달러)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1~11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대비 8.3% 늘어난 6222억달러로 이미 부진했던 지난해 수출액(6322억달러)에 육박했다. 산업연구원은 11월 25일 발표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수출액을 6855억달러로 전망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서는 5개 품목에서만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매 분기 증가하면서 1~11월 누적 기준으로도 1274억달러(+45.4%)를 달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세 자릿수(+122.3%) 증가한 14억 달러로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6% 감소한 56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의 11월 초 파업과 임금 및 단체협상 지연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로의 부품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11월 마지막 주 풍랑·폭설 등의 기상악화 영향으로 수출 차량 선적이 지연되면서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수출 증가율 감소세는 우려
문제는 수출 증가율이 4개월째 줄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3.5%에 달하던 전년 동기대비 수출 증가율은 8월에는 11.0%로 떨어졌고 9월 7.5%, 10월 4.6%를 기록한데 이어 11월에는 1.4%까지 하락한 것이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부정적인 지표로 인식된다. 대중 수출은 113억달러로 5개월 연속 1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작년보다 0.6%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대미 수출은 104억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겼지만, 작년보다 5.1% 줄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겼다. 대중 수출의 경우 중국 경제 침체 영향이, 대미 수출은 자동차, 일반기계 수출이 둔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면서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1월 28일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3·4분기 수출 물량 감소를 들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면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와 시장점유율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산업연구원은 2025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보다 2.2% 증가한 7002억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를 반영하지 않는 결과다. 보편적 관세가 적용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우리나라 내년 경제 성장률은 약 0.1∼0.2%p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높은 증가율 유지했기에 증가율 둔화는 일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라는 챕터는 마무리되고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나가며 정상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 부문과 정유사 등 민간 부문의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을 확대하고, 첨단 소재 등 수입도 늘려 미국과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