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면 흔하디흔한 공장…안에선 마약 찍어내고 있었다
2024.12.01 18:45
수정 : 2024.12.01 18:45기사원문
공장 안에는 신종 마약류 가루인 '메스케치논'과 색소를 혼합기로 장시간 섞은 뒤 타정기로 직접 알약을 찍어내는 시설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도 '마약 공급국'이란 오명을 쓰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국내 마약류 범죄가 단순 투약을 넘어 직접 재배하고 제조·판매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1일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공급사범으로 분류되는 밀조사범, 밀경사범, 밀수사법, 밀매사범은 2019년 5386명에서 2020년 6598명 2021년 8522명 2022년 6602명, 2023년 1만2226명 등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5년 동안 2.3배가량 늘었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마약류 공급사범의 비중도 같은 기간 33.6%에서 2023년 44.3%로 커졌다. 마약류 제조사범은 지난해 상반기 16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19명으로 증가했다.
수사당국에 적발되는 사례 역시 빈번해졌다. 부산경찰청에 적발된 마약류 제조사범 27명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독일에서 '메스케치논'을 수입한 뒤 알약 형태로 만들어 유통했다가 덜미가 잡힌 경우다.
이들은 제조한 마약류를 야산에 묻어 두고, 위도와 경도 등 좌표를 알려주는 수법으로 판매책들에게 공급했다. 또 판매책들은 텔레그램으로 구매자와 연락하면서 주택가 화단 등에 마약을 묻어 놓는 이른바 던지기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가는 가상자산으로 받았다.
메스케치논은 한때 항우울제로 사용됐지만, 부작용이 심각해 1995년 미국에서 사용이 중단된 약품이다.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점 때문에 유엔(UN)도 2023년 신종 마약류로 지정했다.
필로폰 가루를 고급 와인에 녹여서 국내로 반입한 이들도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5월에 인천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 브랜드 와인병 6개에 액체형태로 담겨 있던 원료물질을 가공해 필로폰 약 5.6kg을 제조한 혐의로 중국 국적 20대 중반 남성 A씨 등을 체포했다. A씨는 해외 총책인 C씨의 지시를 받고 국내에 입국한 뒤 마약 제조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구입한 후 원료를 가공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범죄는 투약자 개인의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2차 범죄로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면서 "마약류 범죄를 목격할 경우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kyu0705@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