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21세기형 하이브리드 대학 모델로 전환

      2024.12.03 16:00   수정 : 2024.12.03 16:00기사원문

【원주=김기섭 기자】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 모두 소멸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상지대는 위기 극복을 위해 21세기형 하이브리드 대학 모델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강원특별자치도와 18개 시군이 동참한다면 함께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성경륭 상지대 총장이 취임 50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지방대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했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만큼 누구보다 지방이 처해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 대학이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20세기 학생 수에 비해 대학을 과다하게 공급했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 수요가 급감, 위기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 총장은 '수요'를 국내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로 넓히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바로 '세계한류·한상대학'이다. 전세계적으로 한류 붐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외국 인재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또다른 전략은 대학 수요를 18~21세 입시생 중심에서 대상을 대폭 확대해 100세까지 늘리는 '평생교육'이다. 대학 기반 주거·돌봄·학습 공동체 역할을 주도, 수익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세계한류·한상대학'과 '평생교육'이 어우러진 21세기형 하이브리드 대학 모델로 전환하려면 강원특별자치도와 도내 18개 시군의 협력은 필수다.

상지대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등판한 성경륭 총장을 만나 지방 대학의 현실과 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상지대 본관 총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방대가 모두 위기를 겪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 전문가로서 진단해달라
▲지방대학이 어려운 것은 저출산 결과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급과 수요의 측면에서 고등교육 수용 기반이 과잉 공급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84년부터 대학이 계속 확장됐고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대학설립 계획부터 최종 설립까지 단계별로 조건을 충족해 교육부 인가를 받는 인가제가 폐지되고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이 급격히 늘어났다. 인구가 정점을 지난 후 점차 줄어드는데 대학 설립은 오히려 대폭 확대되다보니 현재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대학들도 책임이 있지 않나?
▲그렇다. 1984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대학 설립을 제한하는 장치를 뒀어야만 했는데 오히려 시장을 개방했다. 대학들도 큰 위기가 다가온다는 걸 알고 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했어야 했지만 과거의 대학 모델을 버리지 못했다. 예를 들면 대학들이 주요 수요층을 18~21세로 한정한데다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했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하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했다. 수익 모델도 학생 등록금이 유일했다. 구형 모델을 버리지 못하고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상지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50일이 지났다.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

▲신형 대학 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형 대학 모델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수요를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학생 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의 범위를 0~100세로 확대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기존처럼 단순히 대학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구 감소 대책의 한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인구로는 우수한 인재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외국인들로 채워야 한다. 현재는 외국인들이 로우엔드(low end) 잡에 몰려있지만 장래는 하이엔드(high end), 즉 우수 인재들을 유치해야 한다. 마지막 하나는 교육 공간이다. 이전에는 오프라인 교육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족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수익 모델도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화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상지대만의 전략은 무엇인지.

▲현재 외국인 유학생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상지대가 구상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에는 현재의 유학생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한류 팬과 한상기업 직원, 한인 동포 등도 포함된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애정을 갖고 있고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을 초청해 사이버 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 이름이 '세계한류·한상대학'이다. 세계한류·한상대학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세계의 천재들을 유치해 최고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나 LG전자, SK와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도 예산을 세워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하고 대학에 자금 지원도 해줘야 한다.

―학생 모집과 관련해 또다른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지.

▲상지대는 앞으로 학생 모집 범위를 18~21세로 한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학은 청년이 다니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전 국민 맞춤형 평생교육 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연령대의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한편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미래 직업탐색 기회를, 여성과 가정 주부에게는 경력단절 극복 교육과 취업교육 서비스를, 직장인과 중장년층에게는 직무역량 교육과 직무전환 교육을, 노인층에게는 건강관리와 사회적 교류 기회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결국 대학이 주거·돌봄·학습 공동체(UBRC) 역할을 할 것이다.

―상지대의 위기극복 전략들이 성공하려면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위기는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다. 강원도내 시군 대부분이 인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상지대가 추진하려고 하는 세계한류·한상대학이 지자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류의 첫 출발지가 강원도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됐고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강원도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따라서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도를 '한류의 고향'으로 선포하고 한류팬과 한인동포, 한상기업 직원들을 생활인구로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한류 빌리지를 만들어 이들을 위한 단기 숙박이나 장기 임대 등 숙소를 제공한다면 생활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지방대학과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경륭 상지대 총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2020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제1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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