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긴장에 덩치 커진 글로벌 방산시장… 韓·日기업 약진

      2024.12.02 18:13   수정 : 2024.12.02 18: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지역의 방위산업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의 무기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일본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비 증강을 통해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2일 발표한 세계 방위산업 동향에 따르면 2023년 100대 방산 기업의 무기 및 군사 서비스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6320억달러(약 887조원)로 집계됐다.



특히 1%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11개국별로 보면 증가율은 전시 중인 러시아가 40%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39%, 일본이 35%로 뒤를 이었다. 미국, 영국, 중국은 5% 이하의 성장세를 보였고 프랑스, 이탈리아는 역성장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미국이 50%로 압도적인 위세를 자랑한다. 이어 중국 16%, 프랑스와 러시아가 4% 순이다. 한국과 일본은 1.6~1.7% 수준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작다. 다만 최근 급속한 성장으로 일정 규모의 방위 산업을 가진 나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본사를 둔 상위 23개 기업은 전년동기대비 5.7% 오른 136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한화그룹,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4개사가 1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화의 경우 매출증가률이 53%에 달해 전년 42위에서 24위로 순위도 껑충 뛰었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기존 육상 무기, 항공 우주 분야에다 함정이 가세해 육해공에 걸치는 종합 무기 메이커가 됐다는 분석이다. KAI와 현대로템도 각각 40% 대의 견조한 매출증가률을 나타냈다.

러·우 전쟁과 중동 정세 악화로 육상 무기 수요가 증가한 점도 한국 기업의 수출에 호재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수출품으로 한국이 독자 개발한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이 있다. 이들 전략 자산은 유럽에서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전투기와 미사일, 무인기 등 첨단 무기에 주력한 반면 중국의 군사 위협과 러·우 전쟁 발발, 중동 정세 악화로 국경 방어를 위한 육상 무기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북 방위를 계속하는 한국은 전차나 화포 같은 육상 무기의 생산력에 강점이 있다"며 "미국과 유럽이 커버할 수 없는 수요에 대응해 수출을 늘려 수익 확대로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카와사키중공업, 후지쯔, NEC, 미쓰비시전기 등 5개사도 상위 10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이후 일본의 군비 증강 정책으로 인해 자국내 주문이 급증했다.


SIPRI는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래 최대의 군사 강화 계획을 내놓았다"면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순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고조된 위협 인식에 대응해 이 지역에서 군사력 증강이 진행되고 있다는 더 큰 그림을 반영한다"고 우려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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