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때문에 돌아가고 건너뛰고… 버스 기사도 승객도 '멘붕'
2024.12.02 18:21
수정 : 2024.12.02 18:21기사원문
이날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를 개최한 지난달 9일 서울의 시내버스 노선 393개 중 47개가 기존 진행 방향을 포기하고 우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선의 약 12%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우회한다"면서 "현장에서 경찰이 추가로 우회를 안내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회 노선이 더 많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모든 정류장에는 우회 안내문이 붙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들이 당일 버스에 탑승하고 나서야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이 관계자는 "집회 전날은 돼야 우회 노선을 확정할 수 있는 데다 정류장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모든 곳에 안내문을 붙이기가 어렵다"며 "집회 인근 정류장에 우선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매주 금요일 집회·시위 정보를 받아 버스 업체에 공지한다. 서울시와 업체가 협의 끝에 우회 노선을 정하면, 버스 회사는 버스 내부에 임시 우회 안내문을 붙여두는 시스템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유독 대규모 집회·시위가 많이 열리고 있다. 주말과 평일 가리지 않고 진행되면서 시민들은 일상이 깨졌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대규모 집회가 자주 열려서 우회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마다 우회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기사들은 안내문을 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교통 상황에 맞춰 우회 경로나 시간 등 각종 정보가 실시간 변경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 A씨(59)는 "버스가 우회할 때는 정해진 노선이 없다. 을지로로 갈지, 종로로 갈지 경찰의 통제에 따라 달라진다"며 "우회 시간도 오전 11시부터라고 사전에 공지해도 11시부터 경찰이 무조건 통제하는 게 아니라 10시50분에 통제할 때도 있고 11시20분에 통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에게 정확한 우회 정보를 미리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민 토로 역시 비슷하다. 노선 변경 안내문은 집회 인근 정류장이 아니면 사실상 알 수 없다. 버스 승차 뒤에는 이미 낭패를 보게 된다. 우회 노선 홍보도 부족하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집회로 인한 우회 정보를 게시하지만, 조회수는 1000회 정도에 그친다.
더 큰 우려는 이번 주부터 노동계의 이른바 '겨울 투쟁'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수의 집회와 파업에서 동시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2~3일 안전운임제 재입법을 위한 화물연대 확대간부의 경고파업, 5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 6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연대)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7일에는 민주노총 등의 3차 퇴진 총궐기 범국민대회와 공공운수노조의 공동파업대회가 잡혀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집회의 시민 불편을 인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우회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나와 있는 자유이기에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집회로 인해 일부 시민의 불편이 느는 것도 사실이기에 편리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자체가 더 활발하게 우회 정보를 알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장은 "집회 전날에 다음 날 버스가 우회할 수 있으니 관련 정보를 확인하라는 내용을 문자로 안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