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역사적 교훈

      2024.12.02 19:24   수정 : 2024.12.03 15:47기사원문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권력이 법에 의해 제한되고,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이다. 단순히 제도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본질을 규정하는 요소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사 탄핵은 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엄격한 절차와 명확한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민주당의 시도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정치적 도구화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은 직무상의 오류나 판단 실수가 아니라 국가권력 남용이나 중대한 헌법적 위반, 직권남용에 해당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특정 검사들을 겨냥하며, 사실상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는 탄핵과는 다르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못됐다.

민주당이 2일 이창수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어코 국회에 보고했다.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 표결로 통과되면 해당 검사들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된다. 탄핵대상은 3개월 이상의 정직과 같은 중징계가 뒤따른다. 구제절차는 없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결정을 받았던 안동완 검사는 8개월, 이정섭 검사는 9개월간 강제로 일손을 놓은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연간 10만여건의 사건을 처리하며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탄핵대상은 이곳의 지휘부다. 이들이 자리를 비우면 사건 처리 지연과 국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무차별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검사를 상대로 한 탄핵을 헌재가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도 이런 예상의 근거다. 그런데도 탄핵을 밀어붙인다. 어차피 결과는 상관없다. 목적이 분명해서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도 얼마든지, 검찰 조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만 확인시켜주면 된다. 따라서 '압박'이고, '위협'에 가깝다.

중앙지검장 혹은 4차장 산하의 다른 사건에서 배경을 찾는 의견도 있다. 중앙지검은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428억원 약정 의혹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이다. 또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1심 재판의 공소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에 대해 각각 항소한 검찰도 이곳이다. 헌재가 기각해도 이들의 직무를 방해하고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효과만 거둬도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민주당은 검찰권이 정치적으로 편향됐으며, 야당 탄압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탄핵이 정당한 문제 제기라는 항변의 배경이다. 하지만 해결방식으로 탄핵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쓰는 것은 또 다른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법치주의 원칙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훼손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만나 "누군가는 정치보복을 끊어야 되고,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내 단계에서 끊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역사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헌재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했다. 그 과정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정치세력은 국민적 역풍을 맞았고,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검사 탄핵 역시 그때처럼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에 정치적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개혁은 필요한 과제다.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사법체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다만 그 방법은 탄핵과 같은 극단적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이어야 한다.
검사 탄핵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국민과 국가가 치러야 한다.

jjw@fnnews.com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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