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목줄' 쥔 케미칼… 19일 사채권자와 담판에 주목

      2024.12.03 18:47   수정 : 2024.12.03 18:47기사원문
롯데케미칼 유동성 리스크 우려가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기점으로 진화될지 산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을 유예 또는 완화할 경우 그룹 전반에 미칠 리스크는 일정 부분 차단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자체 신용등급 하락 압력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계열사들이 일정 조건 미달 시 만기 전 상환해야 하는 강제상환특약을 내건 회사채를 그동안 발행해 온 것도 그룹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그룹 신용도에 '파급력'

3일 신용평가업계에선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롯데타워를 기초로 한 보증채가 되더라도, 롯데케미칼 독자 신용도 하향 압력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오는 19일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EOD 조건을 유예하거나 완화해도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현재 AA0로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지지부진해서 '부정적(negative)' 전망대로, 신용등급이 한 등급 떨어질 경우 그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실제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의 AA+에서 AA0로 하향 조정하면서 롯데그룹의 계열통합신용도가 하락했고 계열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등 4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했다. 아울러 롯데지주와 롯데지주가 연대보증한 롯데쇼핑,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한 롯데건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내년 롯데케미칼의 등급 방향성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EOD가 유예된다 해도 장담할 수 없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내년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등급 하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결국 '실적'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제상환옵션 줄줄이

향후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원활한 차환에 나설 수 있느냐는 롯데케미칼이 키를 쥐고 있다. 특히 20조원이 넘는 차환리스크는 무더기로 발행한 강제상환옵션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몇 년간 강제상환특약이라는 트리거(Trigger) 조항을 내건 회사채를 확대해왔다. 강제상환옵션은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조기에 원금을 상환한다'는 일종의 특약으로, 통상 신용등급이 2~3등급 떨어질 경우 발동된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8일 강제상환옵션을 내건 7년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해당 사모채에는 강제상환옵션이 내걸렸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AA-로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A0 혹은 A-로 낮아지면 트리거에 도달한다. 이 경우 채권자는 만기 전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다른 계열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쇼핑은 2020년 7월 강제상환옵션이 붙은 사모채 총 500억원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AA0인 점을 고려하면 트리거는 A0 수준부터 발동된다. 현재 신용등급은 AA-로 트리거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 외 롯데지알에스, 롯데컬처웍스, 호텔롯데 등도 강제상환옵션을 내걸고 회사채를 발행했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누적 2조원 규모의 공모사채 중 상당 규모를 미즈호은행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호은행을 비롯한 일본계 투자자들이 롯데케미칼과 원만한 협의를 이룰지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이자보상배율 조항의 삭제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 금융기관은 내부 투자원칙상 이자보상배율 조항이 통상적인 탓에 삭제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를 준비 중"이라면서 "누가 인수를 했는지 아직은 정확히 모른다.
인수자들을 찾아서 협의하려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롯데케미칼은 지난 2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1∼3공장 가운데 2공장 가동중단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2공장에서 근무하던 70여명을 전환배치하기로 해 재가동은 불투명해 보인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강구귀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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