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뜬눈으로 지샜다" 경영환경 '시계제로'...4대 그룹·5대 금융지주 '비상대응 체제'
2024.12.04 15:59
수정 : 2024.12.04 17:05기사원문
삼성, SK 등 국내 주요 그룹 및 KB·신한 등 5대 금융지주 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심야 회의 소집에 이어 4일 이른 오전부터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일제히 비상대응체제로 전환했다. 비상 대응의 핵심은 환율·증시·조달금리 관리 등 단기적 변수와 더불어 각종 기업지원 법안, 산업정책 마비 가능성이다.
■경영 불확실성 가중...'설상가상'
이날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의 재무·리스크 관리 담당 일부 임직원들은 전날 계엄 발표 직후, 심야에 회사로 다시 출근해 밤새 환율 등 자금 시장 움직임과 정국 전개 방향에 따른 사업 영향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대략 5~6시간 간격으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기도 했다. 5대 금융지주 및 5대 시중은행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일제히 비상회의를 열어, 유동성 관리 및 금융 리스크 차단에 주력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자정과 오전 6시, 두 차례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환율 민감 업종 역시,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계엄 선포 직후 환율이 40원 가까이 뛰었다"면서 "국내 정치적 변수로 향후에도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로 인한 해외 딜러들의 동요 가능성과 관리, 환율 등 경영 변수들에 초점을 두고, 그룹 최고위층에게 관련 보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환율, 재무리스크를 집중점검하는 등 비상경영 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출장 취소' 경영환경 시계제로
이번 사태로 인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일몰 연장, 상속세 인하 등 산업계가 시급하게 요구해왔던 각종 지원 법안들이 국회서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할 예정이었던 석유화학업종 경쟁력 방안 발표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의 각종 사업 추진 발표도 덩달아 늦춰지고 있다.
계획된 일정도 줄줄이 밀리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상의 주최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취소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도 잠정 연기됐다.
노동계 총파업 선언도 산업현장의 위기감을 더하는 요소다. 민주노총은 이날 "윤석열 정권 퇴진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며 사실상 정치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업황 부진으로 포항제철소 공장 2곳을 폐쇄한 포스코는 56년만의 파업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리스크, 중국 산업계 역습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불안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경영환경이 '시계제로'에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