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죽하면 했겠나"...野에 손발 묶인 尹, 계엄 꺼낸 속내는
2024.12.04 18:31
수정 : 2024.12.04 20: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언 6시간만에 계엄을 해제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계엄선포를 한 의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밤 10시 23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2시간 30분 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처리 되자, 4일 새벽 4시 20분께 계엄 해제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까지 통제할 수 있는 계엄이란 고강도 대응책을 낸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예산폭주·검사 탄핵 등이 있었다는게 여권의 설명이다.
민주당에서 내년도 예산안에서 4.1조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 외에도 주요 법안 강행처리, 문재인 정부 현안 감사를 한 감사원장 탄핵 추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한 검사 탄핵, 국무위원 탄핵 등을 일일이 열거한 윤 대통령은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다"고 일갈했다.
입법 강행에 따른 거부권 행사 유도는 물론, 주요 국무위원 탄핵 추진으로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리고 내년도 예산안에서 예비비가 절반 이상 삭감되면서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어려워지자, 결국 윤 대통령이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긴급 담화를 통해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면서 민주당이 현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발의와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하는 것을 언급했다.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 배경과 관련, 윤 대통령은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어느 때 보다 강도높게 민주당을 비판한 윤 대통령은 사실상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맹비난하면서 계엄선언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여권 관계자는 "헌법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오죽하면 야당의 폭거에 항의해 계엄이란 카드를 꺼냈겠나"라면서 "절차를 거쳐 계엄을 해제할 수 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계엄선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절대적인 의석수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자, '계엄'이란 일종의 충격 요법을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민주당이 대통령의 손발을 다 묶어 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당대표 방탄이란 입법 농단에 이제는 예산까지 폭주하고 있으니 강력한 수단으로 경고를 줘 국회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이후 해제까지 염두에 두고 담화 발표 후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로 의원들이 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여당 친한계 의원 18명도 함께 표를 던진 결과였다.
비상계엄을 장기화시키기 보다 야당에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수단을 보여준 윤 대통령은 법적절차를 준수하되 비판을 감수하고 계엄 카드를 강행, 정국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