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에 쌓여가는 옷… 백화점 '눈물의 재고떨이'

      2024.12.04 18:19   수정 : 2024.12.04 18:19기사원문
이상고온으로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12월 들어서도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패션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블프), 중국 광군제, 한국의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대형 쇼핑 이벤트가 집중된 11월의 부진이 12월에도 지속될 경우 겨울의류의 '재고 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패션 브랜드는 백화점 직원을 대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11월 겨울 세일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에 훨씬 못 미쳤다. 롯데백화점도 2023년 행사기간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전년 행사 기간 대비 15% 늘었지만, 올해는 5% 성장에 그쳤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신장율은 18.7%였지만, 올해는 2.1%에 그쳤다. 현대백화점도 겨울세일 기간이던 지난달 9~30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전년과 비교해 5.1%로, 2023년 신장률(20.3%)을 한참 밑돌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겨울 세일 초반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주력 상품인 아우터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등 패션 상품군 부진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양한 세일 공세가 집중된 11월에 옷이 잘 안 팔린 이유는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가을 초입만 해도 올겨울 무더웠던 여름 날씨와 대비되는 역대급 한파가 올 것이란 예보가 있었지만, 11월에 이어 12월 들어서도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 후반부였던 11월 말부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그나마 매출이 소폭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백화점업계는 12월을 사실상 올 겨울 마지막 성수기로 보고 있어 날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에 의류 재고가 쌓이면서 패션업계도 골칫거리다. 의류 등 패션은 유행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신상품 판매를 못하면 재고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재고를 보관하는 창고 임대료, 상품 판매를 위해 아울렛 등 매장으로 상품을 보내는 물류비용, 인건비 등 재고 부담이 막대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지난 재고는 아울렛에서도 못 판다"며 "재고는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라 어떻게든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패션 브랜드들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진행하는 임직원 할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는 지난달 말 백화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70% 할인율에 이월상품을 판매했다. 또 다른 해외 명품 아웃도어브랜드도 신세계백화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20% 할인가에 제품을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율이 크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재고를 줄여야 할 상황"이라며 "패션업계는 하루 빨리 추워지길 바라면 하늘만 쳐다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업계는 12월 겨울 의류 프로모션을 통해 연말 소비 심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6~15일 '헤비아우터페어'를 열고 본격적인 아우터 프로모션에 들어간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13~25일 각 점포 대행사장에서 아우터 등 겨울 의류 상품 시즌 클리어런스 행사를 진행한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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