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과잉의료에 의료비·보험금 누수 심화..."관리체계 구축해야"
2024.12.05 15:05
수정 : 2024.12.05 15: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비급여 과잉의료가 건강보험 체계를 위협하고, 실손보험 적자 및 손해율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효과적인 비급여 관리 방안 마련과 공·사 건강보험 당국 간 소통 및 보험업계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보험연구원은 서울 종로구 소재 코리안리 빌딩에서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비급여 진료항목의 확산과 필수의료 붕괴, 의료비 증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기존의 틀을 넘어 공사 건강보험 간 협력을 통해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 관리정책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비급여 진료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가 제한 없이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개발 및 제공할 수 있어 정부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20년 12월 의료법 제45조의2항을 개정해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보고제도가 추진되고 있지만, 1개월 진료자료만 보고하도록 돼 있어 의료법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질환 특성에 따라 제한적으로 혼합(병행)진료 인정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내 비급여관리과를 신설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비급여 관리정책에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기관 비급여 보고자료 범위를 확대해 분기별 비급여 관련 모든 전산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고, 비급여 항목 및 표준 가격을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라는 주제로 비급여 관리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2%보다 높으며, 1인당 의료비도 연평균 7.7% 증가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손해보험사 지급보험금(11조9000억원)에서 10대 비급여(3조7000억원)가 31%를 차지했으며, 최근 4년 간 물리치료·비급여 주사제·발달지연 비급여 지급보험금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지급보험금은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 비중이 큰 가운데, 4세대의 경우에도 병원 등에서 염좌 및 긴장 환자의 비급여 과잉 진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특히 4세대 위험손해율은 2021년 61.2%에서 올해 131.4%까지 상승하며 3년 만에 114.7%가량 뛰었다.
이에 의료공급측면의 제도 남용 방지 차원에서 비급여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선택적 비급여를 중심으로 비급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본인부담금 상향 및 보건정책과 연계한 실손의료보험 개편을 통해 비중증 비급여 이용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부담 분산 및 안정적 손해율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실손보험 신상품의 최초 요율 조정 주기 단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 등 일부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에 대해 급여와의 병행 진료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