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피드백

      2024.12.05 19:24   수정 : 2024.12.05 19:59기사원문
권력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콜로그네대학 요리스 라메르스 교수는 '권력은 사람을 가식적으로 만든다'라는 논문에서 재미있는 실험내용을 소개했다. '세입자가 편법을 쓰면 원하는 집에 빨리 입주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세입자는 편법을 써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만약 세입자가 당신이라면?'으로 질문을 바꾸자 권력감이 높은 사람들, 즉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법을 쓰겠다고 답변했다.

집단에서 힘이 강할수록 남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자신에게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뻔뻔함을 드러낸 것이다. 내로남불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할 엄청난 규모의 탈법과 불법의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는 단지 일부 특권층의 심리적 영향만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평범한 사람들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 권력을 갖게 되면,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지만, 동시에 냉혹하고 위선적인 성격으로 변화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높아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든 위선적이며 냉혹한 사람으로 변할 위험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리더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성향이 갓 콤플렉스(God Complex)다. 갓 콤플렉스는 일단 자신이 남들보다 월등히 우월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실제 가진 능력보다 스스로를 극단적으로 과대평가하면서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게 된다. 절대로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집단의 규범을 쉽게 무시하며, 원하는 것을 무조건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갓 콤플렉스형 리더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들은 부하직원과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 자신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어떠한 비판도 수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접근해도 소용이 없다. 이러한 리더는 다른 사람들보다 확증편향이 매우 강해서,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을 견지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논리적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리더의 질문은 '답정너'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청보다는 항상 자신이 정답을 제시한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또한 자신의 권위를 지키는 데 목을 맨다. 자신이 정해 놓은 틀을 절대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옆에는 아첨에 능한 직원만 남고 유능한 직원은 떠난다. 결국 조직은 망가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우면서도, 수평적이고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혁신적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업의 성공요소로 거론되고 있는 리더의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이라는 개념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과 넷플릭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래디컬 캔더'는 리더가 모든 구성원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는 동시에, 직접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깊은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다.

리더의 피드백은 '적시에, 구체적인 사례로, 행동에 초점을 맞춰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과 배려가 없는 직설적 피드백은 '무자비한 공격'으로 비칠 수 있고, 솔직한 피드백 없는 지나친 관심은 '파괴적 감상주의'로 흐를 수 있다. 또한 이 둘이 다 부재한 채 회피하는 태도는 '기만적 불성실'로 이어져 조직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결국 리더는 경청과 공감의 자세로 부하 직원의 성장을 돕는 멘토이자 코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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