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계엄령 소식에 충격..무력·강압 통제하는 과거로 가질 않길"(종합)
2024.12.06 21:38
수정 : 2024.12.08 07: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계엄령과 관련해 “충격을 받고 뉴스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작가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텐데, 2024년에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한 작가가 최근 스웨덴 공영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했으나 여러 기자 앞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4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이상 관련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이날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지난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다"며 “2024년에 다시 계엄상황을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맨몸으로 장갑차와 군인들을 제지하고 군인들 앞에서 버티면서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잘 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그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명령을 내린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작가는 이날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서 옥색 빛이 감도는 작은 찻잔을 미리 준비해둔 메모와 함께 전달했다.
그는 메모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1.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2.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번 이상 걷기,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잔씩만 마시기"라고 전했다.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평소에도 차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선정을 알리는 노벨위원회 관계자와의 첫 전화통화에서도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작가의 찻잔은 노벨상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며, 박물관 측은 한 작가가 직접 소개한 사연을 추후 관람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