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비상에 설상가상 정치리스크…"성장률 더 떨어진다"

      2024.12.08 14:44   수정 : 2024.12.08 16: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제에 'L자형 장기불황' 적신호가 켜진 것은 '계엄'과 '탄핵' 등 정국 불안이 그동안 호조세였던 수출마저 끌어내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인 형국이다.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가운데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통상환경이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더십이 부재한 불확실한 상황이 미국 새 정부의 눈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는 수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경기를 부양할 재정 투입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인해 나라 곳간이 비어있다. 이미 1%대로 주저앉은 내년 성장률이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내수·수출 모두 '빨간불'…L자형 장기불황 우려
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한국의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2023년 10월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오히려 4.6% 감소(MTI 기준)했다.

반도체 수출 상황도 녹록지 않다. 11월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11월 각각 -0.6%, -5.1% 감소세로 전환했다. 앞으로 수출 경기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침체된 소비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재화 중심의 소비 지표인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비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감소했다.

미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 심리도 위축됐다. 가계의 현재 경기 판단이나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하반기 이후 하락 추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내년 한국경제는 내수 경기 회복 지연 속 높은 외수 경기 불확실성으로 1% 후반대의 성장세를 기록해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며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되면서 수출 경기가 경착륙하고 내수를 부양할 모멘텀마저 없는 경우 L자형 장기불황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 1%대…"더 떨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 정국 불안 요소가 추가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준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과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제시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영향으로 소비나 수출이 떨어지고 환율이 높아져 내년 성장률 전망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와 관련해서는 "소비가 더 떨어지는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며 "국내소비, 해외소비 다 좋지 않고, 또 외국에서 여행주의가 뜨면 여행수지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전망이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정치 불안이 경제 펀더멘털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나 외국 관련자들에 '뭔가 잘 안돌아가는 구나'라는 시그널을 확실히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미국과 여러가지 걸린 것이 많은데 그것에 대한 준비를 소홀해선 안된다"며 "불확실성을 불식시키고 미국의 정책들을 열심히 준비해서 대외신인도를 얻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시행되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부양 카드없어
지난해 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약 29조6000억원 규모의 세수가 덜 걷히면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돈이 없는 상황이다.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선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미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인 201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고채 발행규모는 여기에다 20조원을 합쳐야 한다. 국회 입법 지연으로 올해 무산된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도 20조원어치 예정돼 있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여러 경제적 부작용도 예상된다. 정책 카드로서 재정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에선 내년 국채 발행 규모를 201조원이 아닌 221조원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0조원을 더 한다면 시장이 받을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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