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장기화 '설상가상'…"경제에 여야 없다는 메시지 내야"
2024.12.08 06:01
수정 : 2024.12.08 06:01기사원문
전문가들, 불확실성 증폭 우려…경제관료 중심 민생현안 대응 주문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송정은 박재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대치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짙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되는 일련의 혼란이 오랜 내수 부진에 신음하는 한국 경제에 '설상가상'과 같은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계엄·탄핵정국이 부른 대외 신인도 타격이 금융시장 불안, 투자 감소로 이어지며 한국 경제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부총리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고 경제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 역시 탄핵 정국에서도 시급한 민생 현안에는 협조해 국회의 정책 심의가 공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탄핵 정국으로 정치·사회적 긴장·불안…경제적 파장 불가피"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표결에 불참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이어서 당분간 탄핵안을 둘러싼 대치 정국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소추를 피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호재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탄핵이 되면 총리가 전권을 갖게 되는데 지금은 애매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한국 경제를 불확실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라고 지적했다.
탄핵 대치 정국에서 불가피한 극한의 정치적 대립은 '불안한 정치·사회상'으로 해석돼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갉아먹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탄핵 정국이 오래가고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는 순간 외환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며 "외국에서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 "트럼프 2기 대응도 어려운데 내부 불확실성까지"
이번 사태가 군이 행정·사법권을 장악하도록 한 '비상계엄'을 통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우려스럽다. 주요국들은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해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고 호텔 예약이 취소되는 등 내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정치적 긴장감과 불안이 경제적으로도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투자·거래처로서 한국의 매력이 줄면서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대응, 내수 부진 해결 등에 전력해야 할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수입·수출 기업이 교역 조건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높다"라며 "트럼프 불확실성 대응도 쉽지 않은데 내부 불확실성까지 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당장 '최악'은 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계엄 때 마이너스 요인들은 충분히 반영된 것 같다"라며 경제에 파급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책·정치 사라진 상태…야당 민생 현안 협조해야"
대통령의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점도 한국 경제에는 큰 악재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 탄핵안 표결 전 임기와 정국 안정 방안을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당 역시 당분간 야당의 탄핵 공세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정책 심의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책임 총리 얘기를 하는데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사실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정치적 의사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정국으로 국회·정부 간 협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벽에 부딪힌 대표적 현안이 내년 예산안이다.
야당의 일방적인 '감액 예산'에서 멈춘 예산 협의는 탄핵 대치 정국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제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 "의사결정권자 부재…F4 등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일각에서는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된다.
준예산은 정부 예산안이 법정기간 내 국회 통과가 안 될 경우 전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공무원 월급 등 통상적인 지출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사업이나 긴급 현안 대응은 쉽지 않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이럴수록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와 같은 경제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F4 회의에는 부총리 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다.
하지만 과거 정권의 주요 정책을 추진한 공무원들이 대거 징계·감사 대상이 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공무원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회의론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과거 공무원들이 직권남용·직무 유기를 했다고 피해를 봤다. 공무원들이 정치 고려 없이 국정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내각은 계엄 후폭풍 속에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탄핵 대치 정국에서도 시급한 민생 현안은 야당이 정부·여당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해결책의 키는 야당이 쥐고 있다"라며 "경제에 여야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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