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의협회장 도전하는 주수호…"과거의 나 넘을 것"

      2024.12.08 06:02   수정 : 2024.12.08 16:47기사원문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2.0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10개월째 이어지면서 의사를 대변하는 유일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사태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의협 회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의협 회장 재선에 도전하는 주수호 의협 회장 후보자(기호 3번)는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누가 강력한 라이벌이냐고 묻는다면 과거도 그랬듯 지금도 '과거의 주수호'"라면서 "이번에 재선이 된다면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회무를 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과정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임기 문제와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한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의료 사태 해결 방안으로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제시했다.

주 후보는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지 않으면 올해 휴학생이 내년에 돌아오지 않고 내년도 신입생도 수업에 참여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이들 7500여 명이 2026년에 일시에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신입생을 포함해 1만 명 이상이 수업을 함께 들어야 해 더 많은 실타래를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게 되면 물론 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향후 10년 이상 지속되는 고통과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했다.

주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대정부 투쟁조직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대변인을 맡아 주목받았다. 이후 금품로비 의혹으로 물러난 장동익 전 회장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제35대 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안해 균형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려는 의사들의 모임인 미래의료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주 후보와의 일문일답.

-수능이 끝나고 대입 일정이 본격화된 상태인데요. 의료계가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실타래가 꼬인 상태에서 뒤에 있는 긴 실뭉치를 쓰려면 꼬인 부분을 잘라내야 하죠. 이젠 지난 6일부터 의대 수시 합격자를 발표하기 시작해 의대증원 백지화가 아닌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엉킨 부분을 잘라내고 2024년과 2026년을 연결해 묶으면 중간에 끊어지긴 했지만 연속성이 있죠. 그러나 이대로 가면 내년에 7500여 명이 수업 같이 들어야 할 뿐 아니라 의대 교육기간인 6년 내내 문제가 됩니다. 수련병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인턴·레지던트 수련 인원도 2배로 늘어나죠. 결국 의료체계에 10년 이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의료계와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의 급속한 몰락에 공감하면서도 서로 진단이 달라 처방이 다른 상황인데요.

"의료계는 필수·지방의료 몰락의 원인이 잘못된 의료정책에 따른 분포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근거도 없어 증원 백지화를 주장해왔던 겁니다. 실제 의료 불평등 논란으로 1998년 권역 진료의뢰제도를 폐지해 지방 환자의 서울 쏠림 현상이 생겼죠. 이런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겁니다. 또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적긴 하지만 연간 진료 횟수·평균 재원일수·회피 가능 사망률(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사망) 등 OECD 통계를 보면 부족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보건경제학적으로 봐도 의료비는 증가합니다."

-야권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데요. 의료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정권에서 현 의료 제도를 유지했던 것은 표심을 얻기 쉬워 국민들이 듣기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국민연금 문제처럼 풀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낸 돈보다 연금액을 많이 받도록 설계된 것이 문제였고 여야 합의로 보험료율을 올렸잖아요. 의대 증원, 건강보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이 된다면 의대 증원 사태를 만든 책임자를 만나 합의점을 찾을 겁니다.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장관이나 국무총리, 사회수석 등을 만나야겠죠."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 등으로 각 과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실 복안이 있으시다면요.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2.06. hwang@newsis.com
"의료계가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기에 급급해서 하나의 목소리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사들이 지향해야 할 큰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의사들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통일된 의견을 만들어야 이해관계가 달라도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선거에 출마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 내놓으신 공약에도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가 포함됐던데요.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경상의료비)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7%로,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 현재 시스템으로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를 받도록 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환자는 원하는 만큼 진료받지 못해 불만이고 의사도 자율적 판단에 따른 최선의 진단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의사는 소신을 바탕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도 자동차 보험처럼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모든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건강보험 '단층 구조'에서 국민건강보험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민간 보험이 공존하는 '양층 구조'로 개편돼야 합니다. 다만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진 정부, 정치권, 국민을 설득해야 해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의협 회장 선거 당시 음주운전 사망사고 전력이 알려졌는데요. 이에 대한 입장이 있으시다면요.

"충분하진 않지만 진정성 있게 임했고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사후 처리를 깔끔하게 했고, 유가족에게도 깊이 사죄드렸습니다. 속죄의 의미로 운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료계를 위해 잘 싸울 자신이 있습니다. 저의 리더십과 잠재력의 가치가 과거의 과오보다 더 크다고 평가하신다면 저를 선택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40대 때 의협 회장을 지내신 후 깨달으신 바가 있다면요. 이번에 회장이 된다면 그 때와 어떻게 다를까요?

"마흔 여덟살 때 보궐 선거로 의협 회장이 됐습니다. 주위에서 '서두르지마, 만만한 단체가 아니야'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당시 그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회장이 된 후 저보다 나이가 지긋하신 시도회장들로부터 선뜻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의협은 시도 회장들이 적극 도와야 일이 되는 단체인데, 당시 미숙해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번에 재선이 된다면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회무를 추진하겠습니다."

-바람직한 의료시스템이란 어떤 것일까요?

"한밤 중 열 나고 기침이 나 감기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다면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순 감기인지, 독감인지, 합병증인지 진료해 단순 감기라고 진단되면 그냥 집에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진료해도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 의료가 바로 선다는 겁니다. 의사들은 진료실 안에서 환자와 의사가 원하는 의료 시스템을 만들 때까지 계속 투쟁해야 합니다. 물론 의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죠. 국민과 정치권의 이해와 동참이 필요합니다.
"

-의협 회장 선거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특정 지역이나 직역의 지원을 받고 선거 운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저의 콘텐츠를 좋아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죠. 임기를 마치고 나갈 때 회원들로부터는 자랑스러운 회장이었다는 평가를, 정부로부터는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 두려운 회장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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