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강화해 자율주행차 시대 대비"
2024.12.08 18:20
수정 : 2024.12.09 10:32기사원문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사진)는 8일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엔터테인먼트 합성어)' 프로세서에 이어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비전프로세서와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다양한 자동차용 반도체 라인업을 갖추고 자율주행시대에 대비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는 두 번의 창업과 함께 두 번의 기업공개(IPO)를 일궜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88년 삼성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 대기업에서 5년 동안 내공을 쌓은 그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1993년 씨앤에스(현 아이에이)를 공동 창업했다.
씨앤에스는 국내 1세대 팹리스 회사로 기록됐다.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이들 팹리스는 대만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에 반도체를 위탁 생산한다.
이 대표는 씨앤에스에서 연구·개발(R&D)을 주도하며 ''페이저(삐삐)'용 프로세서를 국산화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성과를 앞세워 씨앤에스는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씨앤에스 지분 20%가량을 모두 정리하고 1999년 텔레칩스를 창업했다. 그는 "당시 공동대표 자리를 고사하고 연구소장(CTO), 영업본부장을 맡아 내실을 책임졌다"며 "수장이 여럿일 경우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돌이켰다.
이 대표는 텔레칩스에서 각종 전가기기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개발과 함께 거래처 확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텔레칩스는 MP3플레이어 등 모바일용 프로세서에서 강세를 보이며 창업한 지 5년 만인 2004년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2008년 매출액은 892억원에 달하며 1000억원 돌파도 눈앞에 뒀었다. 텔레칩스는 MP3플레이어용 프로세서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3위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 대표는 "모바일 트렌드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전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MP3플레이어 기능이 스마트폰에 통합하면서 관련 시장이 사라졌다"며 "실적은 수년 동안 정체했고 회사 안에서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컸다. 이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이 대표는 2014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한 뒤 그동안 주력해온 모바일용 프로세서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대신 자동차용 프로세서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이 대표는 "모바일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자동차에 접목해봤다"며 "모든 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더디게 발전하고 있었는데 이는 우리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종전 카오디오에 영상 등이 더해져 인포테인먼트 기기로 진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텔레칩스는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분야에 선도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현재 현대자동차·기아차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물량 중 65%가량을 점유한다.
이어 벤츠와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공급을 확대했다. 텔레칩스는 전 세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 10.6%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911억원에 달했다.
텔레칩스는 실적 성장과 함께 제2도약을 위해 지난해 제2판교테크노밸리에 신사옥을 완공한 뒤 서울 송파구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했다. 신사옥은 첨단 스마트빌딩으로 구축했다. 신사옥 안에 유망한 벤처기업을 입주시켜 긴밀한 협력 관계도 이어간다. 아울러 인근 제1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거래처, 협력사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도 이어간다.
이 대표는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 MP3프로세서 시장이 사라지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또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그는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에 이어 △ADAS 비전프로세서 △AI 가속기 △차량용 게이트웨이 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용 반도체 토털솔루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프로세서에 D램, 전력용반도체(PMIC) 등을 통합한 '시스템인패키지(SiP)'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자동차에 적용 중인 반도체를 향후 로봇 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도 세웠다. 텔레칩스는 현재 매년 매출액 중 30%가량을 R&D에 투입한다.
이 대표는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가 열리면 과거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맞닥뜨린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며 "ADAS 비전프로세서를 포함한 4종 반도체 라인업을 더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