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성과 존엄함 공존했던 광주는 보통명사"

      2024.12.08 18:36   수정 : 2024.12.08 18:36기사원문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에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중)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54)의 잇따른 발언들이 '노벨 주간' 행사에서 '문학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본인이 밝힌 비폭력 저항, 포용적 사랑 등 집필 배경이 최근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맞물려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한 작가는 7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빛과 실'이란 주제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회고했다.

특히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와 관련,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며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고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계엄령이 선포됐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실존 인물인 고 문재학씨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을 가미한 소설이다.

열다섯 어린 소년이 겪은 비극적 사건과 다양한 감정들, 죽음을 마주한 두려움,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계엄군과 정부에 대한 분노는 문학작품으로 승화돼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줬다.

'소년이 온다'를 통해 계엄의 폭력행태를 비판한 한 작가에게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최근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작가는 이날 강연 내내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토로했다.

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완성의 시점들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강연을 마친 한 작가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시상식 무대에 올라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받을 예정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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