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4년도 버텼는데… 세계경제 '관세맨' 폭풍우 덮친다
2024.12.08 18:38
수정 : 2024.12.08 19:03기사원문
■선진국·개도국 모두 점진적으로 성장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3.2%라고 예측했다. 2026년 성장률은 3.3%로 추정된다. IMF는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41개 선진국 그룹과 155개 신흥시장 그룹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24~2026년 사이 매년 각각 1.8%, 4.2%라고 예상했다. 해당 수치들은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선진국 그룹에서도 GDP 규모 1위 국가인 미국의 경우 올해 2.8% 성장 이후 내년에 2.2%, 그다음 해 2% 성장해 그룹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실질 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개선이 두드러졌다.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중국 경제는 올해 4.8%, 내년에 4.5%, 2026년에 4.1%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실질 GDP 예상치는 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의 성장률이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약화로 인해 직전 보고서(7월)보다 하향됐다. GDP 4위인 일본의 실질 GDP는 2024~2026년 사이 해마다 각각 0.3%, 1.1%, 0.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경제 여건이 좋은 38개국이 모인 OECD도 긍정적인 전망을 냈다. OECD는 이달 4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을 3.2%로 잡고 2025~2026년 성장률을 각각 3.3%로 예측했다. 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은 올해 1.7%, 2025~2026년에 각각 1.9%로 추정된다.
IMF가 추산한 한국의 올해 실질 GDP는 1조8699억달러(약 2654조원)로 러시아에 이어 세계 12위였다.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고 한국과 GDP가 비슷한 국가는 13위 멕시코와 14위 호주였다. 멕시코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24~2026년 사이 각각 1.5%, 1.3%, 2%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호주의 성장률은 각각 1.2%, 2.1%, 2.2%로 예상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0월 17일 연설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물가상승 파도가 물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경제의 불황과 대규모 실업 없이 나타난 변화"라고 강조했다.
■노동력 부족해 서비스 비용 올라…韓 역시 위험
OECD도 4일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를 괴롭혔던 물가상승이 한풀 꺾인다고 예상했다. OECD 평균 물가상승률은 올해 5.2%에서 내년에 3.7%, 2026년에 2.9%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OECD는 그동안 물가를 끌어 올렸던 식품 및 에너지, 상품 가격이 올해 빠른 속도로 안정되었으나 각종 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팬데믹 봉쇄가 풀린 2022년 초반부터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으나, 아직 일부 산업군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OECD는 지난 3~8월 사이 34개 회원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농업과 교육, 금융, 공공행정, 사회기반시설, 가내수공업을 제외한 10인 이상 사업장을 골라 국가별로 500~1000개 기업 고용주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OECD 회원국에서 평균 80%의 고용주가 최근 2년 동안 구인 과정에서 노동력 '부족'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약 25%는 필요한 직원 전부, 혹은 대부분을 구하지 못해 노동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밝혔다. 가장 상태가 심각한 곳은 독일로 36.34%의 기업들이 노동력 부분에서 '매우 부족' 상태라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82.47%의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을 호소해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노동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밝힌 한국 고용주는 13.13%로 조사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아울러 한국은 디지털 기술 및 인공지능(AI)·로봇 분야에서 아직 인력 수급에 여유가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 해당 분야에서 노동력이 모자란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99%, 2.23%로 조사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기업들은 두 분야에서 각각 13.78%, 16.43%가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여 조사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발간한 '2025 세계대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AI 투자를 언급하고 AI 기술 보급의 성패가 내년에 드러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지난달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한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안팎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 잠재력을 갖추려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한국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고,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등 노동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IMF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0월 연설에서 "세계는 현재 인구 통계학적으로 불균형 상태"라며 각국에서 걱정하는 수준을 넘지 않고 경제적 이민을 허용한다면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맞아 불확실성 증폭
4일 OECD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무역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1기 정부부터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에는 60%의 관세를 추가한다고 예고했다. OECD는 세계 주요 언론 매체에서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한 기사 숫자를 집계하여 빈도를 바탕으로 불안 지수를 산출한 결과, 그 수치가 지난달 1일 기준으로 373.58p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수는 2015년 1월 1일 기준 26.61p에 불과했으나 트럼프 1기 정부 말(2019년 1월)에는 266p까지 뛰었다. 지수는 트럼프 퇴임 이후 50~100p 사이에 머물렀다.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미국 의장인 마크 소벨은 지난 10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트럼프의 귀환을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은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것이 다자주의와 미중 갈등에 따른 전 세계적 파장, 세계 무역과 금융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지난 10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2025년 중반부터 해외 모든 국가에 10%의 관세를 영구히 추가하고,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과 중국이 미국을 향해 각각 10%의 관세 추가로 보복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해당 시나리오에는 트럼프가 2017년에 시작했던 감세 조치를 10년 더 연장하고, 미국 및 유럽행 이민자 감소 및 국제적인 차입 비용 증가 상황이 추가됐다. IMF는 문제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바뀌면 2025년과 2026년의 세계 GDP가 기존 전망치 대비 각각 0.8%, 1.3%씩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특히 2025년 미국 GDP는 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장벽이 높아질 위험에 대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과 전 세계에 해를 끼치는 정책"이라고 평했다. 그는 "IMF의 시나리오는 단순히 관세 인상을 1번 가정했기 때문에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가 추가 보복 조치를 감행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